“토지피복 정책, 지역별 지리적 특성 고려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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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24-1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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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지피복 정책, 지역별 지리적 특성 고려해야”
2024-10-21 연구/산학
지리학과 임아영 박사 과정생, 석사 졸업 논문 발전시켜 국제 저널 게재
연구 중 개발한 분석법 특허 출원, 후속 연구도 진행 예정
지리학과 박사과정에 재학 중인 임아영 학생이 석사 졸업 논문을 발전시켜 지리학 분야에서 가장 오랜 역사를 가진 <Geographical Journal>(IF: 9.1)에 게재했다. 석사 학위 논문은 올해 2월 2023학년도 전기 학위수여식에서 자연과학 계열 우수학위논문상에 선정되기도 했다. 연구 중 개발한 분석 방법은 특허도 출원했다. 연구 논문의 제목은 ‘Detecting land cover and land use transitions and the associated temperature changes in the East Asian monsoon region’이다. 동아시아 몬순 지역(한국, 중국, 일본 포함하는 동아시아)의 토지피복 및 토지이용 변화를 정량화해 해당 지역의 기온 변화에 미치는 영향을 확인한 연구였다. 임아영 학생을 만나 연구 성과와 향후 목표 등을 들었다. <편집자 주>
토지피복 및 토지이용 변화 정량화, 기후 데이터 연관 분석
Q. Geographical Journal에 게재된 논문 내용에 대한 설명을 부탁한다.
동아시아의 몬순 지역에서 최근 몇십 년간 토지피복 및 토지이용의 변화가 기온에 큰 영향을 미쳤다. 그 영향이 무엇인지 탐구한 연구였다. 동아시아 몬순 지역은 한국과 중국, 일본 등 여러 나라에 걸친 지역이다. 이 지역은 복잡한 시공간적 변동성을 갖는 여름철 몬순 기후가 특징이다. 이런 기후 조건은 이 지역의 식생과 토지이용에 큰 영향을 받을 수 있다. 특히 농경지, 삼림, 초지 등의 변화가 지역 기온에 미치는 영향을 중점적으로 살폈다.
연구에는 동아시아 몬순 지역을 대상으로 생성된 토지피복도와 기후 데이터를 활용했다. 1982년부터 2015년까지의 토지피복도를 정량화해 이 기간의 토지피복과 토지이용 변화를 확인할 수 있었다. 여기에 기후 데이터를 통해 같은 기간 동안 기온 변화를 조사했다. 마지막으로 두 데이터 간의 여러 통계 분석을 통해 토지이용 변화가 기온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했다. 데이터의 연관성을 확인하기 위해 상관, 회귀분석을 했는데, 연관성이 인과성을 담보하지 않는다. 인과성 확인을 위해 인과성 분석(Granger 인과관계 검정)도 했다.
연구 결과 중국의 쓰촨 지역에서는 많은 농경지가 삼림으로 전이됐고 이에 따라 기온도 상승했다. 내몽골 지역에서는 목초지가 농지와 숲으로 전환됐다. 목초지가 줄고 숲이 늘며 기온이 상승했는데, 목초지가 농지나 숲보다 열을 반사하는 능력이 큰 점이 원인이었다. 연구 지역별로 토지이용 변화가 기온에 미친 영향이 달랐다. 높은 고도에서 숲이 열을 더 많이 흡수하기 때문에, 고도가 높은 지역에 숲이 증가하면 기온이 더 상승하는 식이었다.
결론적으로 동아시아 몬순 지역에서 토지피복과 토지이용 변화가 기온에 큰 영향을 미쳤고, 이를 관리하는 정책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예를 들어 파괴된 숲을 재조성하는 ‘재조림 정책’은 기온 상승에 도움을 주지만, 해당 지역의 지리적·기후적 특성을 고려해야 한다. 고도가 높은 지역에서 숲의 면적을 늘리면 해당 지역의 기온 상승을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역별 맞춤 정책이 필요하다. 기후변화는 지역마다 다르게 나타난다.
Q. 일반적인 기후변화 대응 방식으로 ‘숲을 늘리자’, ‘나무를 심자’ 같은 이야기를 하는데, 연구 결과는 이와 다른 것 같다. 지엽적인 지역에서의 결과와 전 지구적 결과가 다를 수 있다는 것인가.
지리적 특성에 따라 같은 피복 전이 상태가 기후에 미치는 영향이 다르다. 이러한 부분을 보완하기 위해 식생의 탄소 저장량을 반영한 연구를 기획하고 있다. 한 지역에서 산림이 늘었는데, 기온이 올라간 이유에 관한 질문을 많이 받았다. 산림이 늘면 탄소 밀도가 높아 흡수하는 탄소 저장량이 늘어난다. 탄소 저장량이 지역 규모(local scale)와 다르게 더 넓은 부분에서 기온을 낮추는 영향이 있지 않을까 예측한다. 기온에 주는 영향은 탄소가 더 크기 때문이다.
석사 시기부터 국내외 학회에서 영어 발표, 논문도 국·영문 동시에 준비해
Q. 이번 논문은 석사 학위 논문이었던 ‘동아시아 몬순 지역의 토지피복 및 토지이용 전이와 기온 변화 탐색’을 기반으로 한 논문이다. 학위 논문을 학술지에 게재하게 된 과정에 대해 듣고 싶다.
석사 학위 기간에 영어로 발표할 기회가 많았다. 학회에 등록하며 무심코 영어로 등록해서 영어로 발표하기도 했다(웃음). 해외 학회나 국내 학회에서 모두 영어로 발표했는데, 외국 학자들의 관심을 느꼈다. 연구가 한국과 중국, 일본 등 다양한 국가에 연관된 연구라 그랬던 것 같기도 하다. 발표 과정에서 해외 연구자들의 의견도 많이 들어 반영하기도 했다.
논문 마지막에 ‘토지피복의 변화가 기후에 영향을 미치고, 각 지역 국가에서 토지피복 정책을 시행할 때 지리적 특성을 고려해야 한다’라는 내용을 강조했는데, 이런 주장을 학위 논문에만 담기 아쉬운 마음이었다. 국내 저널을 고민하다가 더 많은 사람이 읽고, 정책 실행에 도움이 될 수도 있다는 생각에 해외 저널을 고려하게 됐다. 논문을 쓸 때 처음부터 국문과 영문을 함께 썼다. 2월에 졸업하고 논문 게재가 5월이었는데, 긴 시간이 지난 것 같지는 않다.
지도교수님이신 지리학과 이은걸 교수님이 석사부터 개인 연구자로 성장할 수 있게 길을 열어주신다. 다른 석사 과정 학생들과 비교해 해외 교수님이나 대학원생들과 토론하고 의견을 들을 기회가 많았다. 본인 연구는 스스로가 가장 잘 알아야 하는데, 학회에서 질문을 들으면 굳거나 대답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교수님은 그런 과정에서 학생이 스스로 생각할 수 있게 유도하신다. 학회에 다녀오면 그런 부분들을 적용해 다시 분석하며 성장할 수 있었다. 당시에는 힘들었는데, 지금 생각하면 가장 감사한 일이다. 스스로 연구를 완성할 수 있는 기초를 만들어 주셨다고 생각한다.
Q. 연구에서 활용한 분석법을 특허 출원했다. 해당 분석법에 대한 설명 부탁드린다.
이번 연구에 활용한 방법론을 특허로 출원한 것이다. 최근 수십 년 동안 동아시아 지역에서 나타나는 토지피복 및 토지이용 변화를 정량화할 필요가 있었다. 이전의 명목형 변수를 비율형 변수로 변환시키는 기술을 적용했다. 이를 통해 동아시아 지역을 대표하는 세 가지 토지피복과 토지이용 유형인 농경지, 삼림, 초지 면적의 비율값을 포함한 비율형 지도를 산출했다. 격자로 된 지도의 한 칸을 다시 서른여섯 개의 칸으로 나눴다. 각 칸을 토지피복과 토지이용 데이터를 입력한 것이다. 이를 통해 한 격자 안에 그 속에 농경지와 삼림, 초지가 얼마나 포함됐는지 수치화할 수 있었다.
이렇게 동아시아 지역 최초의 장기간에 걸친 비율형 토지피복도를 제공하고, 최근 34년(1982~2015년) 동안 동아시아 지역에서 나타난 토지피복과 토지이용 경년변화 경향을 정량적으로 산출했다. 더 나아가 토지피복 및 토지이용 변화에 따른 기후변화도 분석했다. 해당 결과를 기반으로 지도교수님과 함께 ‘장기간 연속적인 비율형 토지피복지도 산출방법, 이를 이용한 토지피복 변화 분석방법 및 기후변화 분석방법’이란 명칭으로 특허를 출원하게 됐다.
일상 체험과 학과 강의로 학문적 관심 늘어, 박사 진학까지
Q. 기후학 분야에 관심이 생긴 계기가 있다면 무엇인가.
일상생활에서 변화를 체감하면서 관심도 생겼다. 2019년으로 기억하는데, 당시 겨울이 따뜻했다. 당시에 겨울을 준비하며 구매한 롱패딩을 따뜻한 날씨 때문에 한 번도 안 입었다. 기온이 높고 비도 많이 와서 지역별로 겨울 축제가 취소되거나 연기됐다는 보도도 많았다. 이런 사례들을 겪으며 사계절이 뚜렷했던 우리나라 계절에 큰 변화가 생겼음을 체감했다. 더 나아가 이러한 기후변화가 우리의 의류, 문화 등 여러 산업에 영향을 미치는 사실도 흥미로웠다.
그러던 와중 지리학과의 기후학, 기후자료분석 같은 강의를 들었는데, 이런 과정에서 학술적 호기심이 생겼다. 특히 기후자료분석 강의가 흥미를 많이 일으켰다. 과거 기후변화를 분석하는 실습이 있었다. 지역 간 평균기온 차이를 직접 분석했는데, 내가 궁금한 부분을 직접 분석하고 해석하는 과정이 즐거웠다.
이후에 지금 공부하고 있는 이은걸 교수님의 기후융합프로세스연구실에 학부 연구생으로 들어오게 됐다. 당시에 기상청의 용역 과제에도 참여했다. 계절 길이가 과거와 비교해 어떻게 변화할지 분석하는 연구였다. 당시에 교수님, 연구실 연구자들과 연구하고 분석하며 논문을 쓰는 과정이 재밌었다. 과제 이후에 기상청 사이트에 우리가 연구한 툴이 추가되는 변화도 있었다. 연구 결과가 직접 반영되는 과정까지 보니 더욱 흥미로웠고, 석사 과정에 진학하게 됐다. 이 과정에 더 연구하고 싶은 마음이 생겨 박사까지 생각하게 됐다.
“소통하고 친밀감 높은 학문 공동체 이끄는 교수 되고 싶어”
Q. 현재 박사 과정에 재학 중인데, 향후 목표는 무엇인가.
연구 업적이 쌓이는 과정이 눈에 보이는데, 그런 과정이 너무 재밌다. 연구한 내용을 학회에서 발표하고, 코멘트를 듣기도 하고, 발표에 대해서 상도 받고, 논문이 SCIE, SSCI급 저널에 게재되기도 했다. 박사 과정을 갓 시작했음에도 불구하고 여러 성과가 쌓였다. 정량적 목표를 하나 세웠다. 박사 졸업 전까지 SCIE, SSCI 저널 논문을 3개 이상 더 게재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지금 연구실에서 느끼는 유대감도 좋은 영향력이 있다. 지도교수님과 개별이나 연구실 단위로 다양한 회의를 진행하면서 많은 토의와 토론을 진행하고 있다. 그만큼 소통이 활발하다. 졸업 후 진로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생각해 본 적은 없다. 요즘 들어 저희 지도교수님처럼 학생들과 계속 소통하고, 공부하려는 학생을 믿고 응원하는 교수가 되고 싶다고 생각한다.
Q. 구성원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가장 어려운 질문이다. 누군가에게 무엇을 이야기해야 하나 고민했다. 학부 3학년 때까지는 ‘뭘 하며 살까’라는 생각에 막막했다. 기후 관련 강의를 들으며 우연히 학부 연구생이 됐고, ‘내가 무언가에 이렇게 열정적일 수 있구나’라는 점을 느꼈다. 그렇게 석사 과정에 진학했고, 박사 과정까지 왔다.
연구를 진행하면 힘들고 지치는 순간이 많다. 지금 돌이켜보면 내가 하고 싶은 일이기 때문에 아무리 힘들어도 행복했다. 다른 분들도 본인이 하고 싶은 일을 찾아 행복하고 열정적으로 살아갔으면 좋겠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다.
글 정민재 ddubi17@khu.ac.kr
사진 이춘한 choons@khu.ac.kr
ⓒ 경희대학교 커뮤니케이션센터 communication@khu.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