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금을 넘어 사회공헌과 가치 창출로

교내소식

양자 과학의 시대, 학제간 집단 연구로 연구의 퀀텀 점프 이뤄야

등록일 25-02-12 10:40
  • 조회수 146

양자 과학의 시대, 학제간 집단 연구로 연구의 퀀텀 점프 이뤄야

2025-02-07 연구/산학


양자물질 글로벌 연구센터가 김필립 ES(Eminent Scholar) 초청 강연을 개최했다. 강연의 주제는 ‘양자물질: 어제, 오늘, 그리고 내일-성공적인 학제간 집단 연구’였다. 세미나와 같은 분위기에서 진행된 초청 강연에는 세계적 학자를 반기는 관련 분야 연구자들이 함께 했다.

양자물질 글로벌 연구센터, 김필립 ES 초청 강연 개최
‘양자물질: 어제, 오늘, 그리고 내일-성공적인 학제간 집단 연구’ 주제
연구자로서의 성장 과정과 학제간 연구 경험 등 공유


지난 11월 양자물질 글로벌 연구센터의 개소식과 기념 강연이 개최됐다. 이 연구센터는 세계적 학자들이 공동연구를 수행할 플랫폼이다. 2010년 노벨 물리학상 수상자인 콘스탄틴 노보셀로프 ES가 센터장을 맡는다. 노보셀로프 교수는 11월 개소식에서 연구센터의 출범을 알리며 기념 강연도 진행했다.

이 연구센터에서 함께 연구할 김필립 ES가 1월 8일(수) 초청 강연을 열었다. 주제는 ‘성공적인 학제간 집단 연구’였는데, 김필립 ES는 양자 과학의 발전 과정에서 시작해 학제간 집단 연구에 관해 설명했다. 강연이 열린 서울캠퍼스 중앙도서관 컨퍼런스룸에는 김진상 총장과 지은림 학무부총장(서울), 김종복 대외부총장, 윤여준 교무처장 등과 이 연구센터의 연구부센터장인 손석균 교수(물리학과)와 관련 분야의 학부·대학원생, 일반인 등이 참석해 김필립 ES를 반겼다.


김진상 총장은 환영사에서 융합의 필요성에 대해 강조하며 경희대가 학문적 경계를 넘나드는 연구의 필요성에 공감함을 강조했다.

김진상 총장 “성공적 학제간 집단 연구 가능성 탐색할 시간 되길”
김필립 ES는 ‘노벨상에 가장 가까운 한국인’으로 불린다. 한국인 최초의 벤저민 프랭클린 메달 수상자로 응집 물리학과 나노과학 분야의 세계적 석학이다. 2005년 그래핀의 물리적 특성을 최초로 규명한 논문을 게재한 후 전 세계 물리학계의 주목을 받았고, 현재 하버드대학교 물리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지난해 11월 경희대 ES로 임용됐고, 양자물질 글로벌 연구센터를 통한 공동연구를 준비하고 있다.

강연에 앞서 김진상 총장의 환영사가 있었다. 김진상 총장은 “김필립 ES는 학문과 과학의 지평과 경계를 확장한 연구자다. 벤저민 프랭클린 메달 수상 사례를 통해 그가 전 세계 과학계와 산업계에 미치는 영향을 쉽게 확인할 수 있다”라며 김필립 ES를 소개했다. 이어 “융합의 필요성은 모든 연구계의 화두다. 학문과 기술은 더 이상 독립적 존속 관계가 아니다. 경희대도 학문적 경계를 넘나드는 연구의 필요성에 깊이 공감하고 있다. 오늘 강연이 성공적 학제간 집단 연구의 가능성을 탐색할 수 있는 시간이 되길 기원한다”라고 말했다.

강연은 세미나 같은 분위기에서 진행됐다. 김필립 ES는 양자 과학의 발전 과정과 그의 개인적 연구 여정을 통해 얻은 통찰을 공유하며, 양자 기술의 현재와 미래를 조망했다. 양자 과학 기술 연구가 활발해지며 지난 10~15년 사이 관련 분야도 급격히 성장했다. 유엔은 2025년을 ‘세계 양자 과학 기술의 해’로 지정했다. 이는 양자역학과 응용의 중요성에 대한 대중의 인식을 높이기 위해 설정된 것인데, 양자 과학이 인류의 삶에 미치는 영향에 주목한 결정이다.

과학계에서는 지금을 ‘제2차 양자 혁명’의 시기로 부른다. 1차 양자 혁명은 100여 년 전인데, 1927년 제5차 솔베이 회의(Solvay Conference)가 양자역학의 기반을 다졌다. 이 회의의 기념사진은 ‘역사상 가장 똑똑한 사진’으로 불린다. 29명의 참가자 중 노벨상 수상자가 17명이다. 알베르트 아인슈타인, 닐스 보어, 마리 퀴리, 하이젠베르크, 슈뢰딩거 등의 과학자가 모였다.

양자역학의 기반 다진 제5차 솔베이 회의
이 회의의 주제는 ‘전자와 광자’였다. 이 자리서 아인슈타인과 보어는 ‘코펜하겐 해석’에 관한 격한 토론을 벌였다. 전자나 광양자 등의 양자역학적 입자가 실험에 따라 파동성이나 입자성을 보인다는 원리다. 실험에 따라 양자의 성질이 바뀔 수 있다는 이론은 ‘보어의 상보성 원리’로 불린다. 이와 함께 두 양자의 물리량을 동시에 정확하게 측정할 수 없다는 ‘하이젠베르크의 불확정성 원리’를 결합한 이론이 코펜하겐 해석이다.

아인슈타인이 이 코펜하겐 해석의 허점을 집요히 지적했고 보어가 충실히 반박했다. 제5차 솔베이 회의의 토론은 보어의 승리로 종결됐고, 이후 제6차 솔베이 회의에서도 토론이 이어졌다. 아인슈타인은 코펜하겐 해석을 반박할 ‘빛상자 실험’을 발표했다. 보어는 처음에는 당황했지만,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이론을 응용해 이 실험의 모순을 지적했고 역사적인 논의는 양자역학의 승리로 기록됐다.

이 회의의 의미는 과학적 발견과 더불어 학제간 집단 연구의 의미도 있다. 김필립 ES는 “제5차 솔베이 회의에는 물리학자와 화학자, 전자공학 등 다양한 분야의 연구자가 모였다. 물리학이 단일 학문이 아니라 다른 학문과의 융합과 응용에 이르는 모든 단계를 중시하고 있다. 양자 과학은 단일 학문의 전유물이 아니었다”라고 설명했다.

김필립 ES는 양자역학의 불연속성을 설명하며, “수소 원자를 설명하기 위해 파동 함수를 사용한다. 여러 개의 파동 함수와 에너지가 있는데, 이들은 띄엄띄엄 존재한다. 이러한 성질로 상태 간의 퀀텀 점프가 일어난다”라며 “양자역학의 핵심 개념으로 연구자들은 이런 성질을 다른 물질에 적용할 방법을 개발해 왔다”라고 정리했다.


김필립 ES는 “그동안의 기술 발전으로 양자역학이 물리학의 영역에서 공학의 영역으로 확장하고, 새로운 응용 가능성도 찾고 있다”라며 양자과학의 발전 과정에 대해 설명했다.

제2차 양자 혁명, 양자역학의 응용 가능성 탐구
제2차 양자 혁명이라 불리는 지금의 상황은 양자역학의 응용 가능성을 탐구한다. 김필립 ES는 “중요한 발견들이 있었다. 하지만 그것 자체로 혁명이라 부를 정도인지는 명확하게 이야기하기 힘들다”라면서도 “기술의 발전으로 미시세계에서 나타나는 양자적 현상의 관찰을 넘어 우리가 조절할 수 있다는 응용의 가능성을 발견하게 됐다”라고 밝혔다.

양자 분야 응용에 관해 ‘양자 감지’, ‘양자 정보 통신’, ‘양자 컴퓨팅’ 등이 핵심 기술로 불린다. 김필립 ES는 “그동안의 기술 발전을 통해 양자역학이 물리학의 영역에서 공학의 영역으로 확장하고, 새로운 응용 가능성을 찾고 있다. 이런 과정에서 제2차 양자 혁명이란 표현이 만들어진 것으로 생각한다”라고 밝혔다.

양자역학은 전통적인 물리학으로 설명할 수 없는 현상을 이해할 수 있는 이론적 배경을 제공한다. 특히나 초전도체나 그래핀 같은 양자물질의 행동을 설명하는 데에도 중요하다. 양자물질 글로벌 연구센터는 이러한 물질을 연구하고, 물질들이 갖는 양자적 성질을 이해하고 응용하는 플랫폼의 역할을 한다.

초전도체는 특정 온도 이하에서 전기 저항이 사라지는 물질이다. 이 상태에서는 전류가 에너지 손실 없이 흐를 수 있는데, 전 세계 연구자들이 고온(상온)에서도 초전도 현상이 일어나는 고온 초전도체 발견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고온 초전도체는 전력 전송, 자기부상열차 등 다양한 기술 발전을 견인할 것으로 기대된다.

양자 컴퓨팅 분야에서는 큐빗(Qubit)이란 양자 상태를 이용해 정보를 처리한다. 큐빗은 중첩, 얽힘과 같은 양자역학적 성질을 갖고, 전통적 컴퓨터보다 훨씬 더 복잡한 계산을 수행할 수 있는 잠재력이 있다. 김필립 ES는 큐빗을 안정적으로 만들고 활용하기 위한 많은 도전 과제가 남아있음을 설명하며 학제간 연구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연구 초기부터 학제간 연구 경험 쌓아, 연구력 발휘의 기반돼
김필립 ES 연구 초기부터 학제간 연구의 경험을 쌓았다. 하버드대에서 박사 과정을 시작하며 찰스 리버 교수의 지도제자가 됐다. 리버 교수는 화학 분야 연구자인데 그와 함께 연구하며 다양한 배경을 가진 연구자를 접했다. 김필립 ES는 “연구의 깊이와 넓이를 더할 수 있었던 경험이라고 회상했다.


밀러 연구소(Miller Institute for Basic Research in Science)는 버클리대의 연구소인데, 김필립 ES가 특별한 경험을 쌓은 곳이다. 다양한 학문 분야의 기초 연구를 지원하는 기관으로 학제간 연구와 협력의 촉진을 목표로 삼는다. 밀러 연구소에는 특별한 점심시간이 있다. 연구자가 자신의 연구를 소개하는 자리인데, 소속 연구자가 필수적으로 참석해야 한다. 천문학자와 김필립 ES와 같은 물리학자, 화학자, 공학자 등 다양한 분야의 연구자가 서로의 연구를 소개하는 시간을 가졌다.

컬럼비아대에서 연구하는 기간에는 ‘나노센터’ 개소 과정을 지켜봤다. 화학자와 물리학자가 결합해 만들었는데, 이 과정에서 학제간 공동연구를 체화했다. 김필립 ES는 “서로 사용하는 단어가 다르더라. 용어를 적립하는 시간이 필요했는데, 공동연구가 연구 방향 설정에 큰 도움이 됐다”라고 설명했다. 이는 그래핀, 이차원 물질 연구의 기반을 단단하게 했다.

컬럼비아대를 떠나 하버드대로 옮기며 김필립 ES의 연구도 꽃을 피우기 시작했다. 그래핀 연구로 세계적 주목받던 시기기도 했다. 하버드대는 MIT와 공동연구센터를 설립해 대학 단위를 넘는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김필립 ES는 “다양한 사례를 통해 살펴보면 학제간 연구가 중요함을 알 수 있다. 공동의 학제와 다른 분야를 결합하는 시도가 새로운 발견과 효과적인 연구에 큰 도움이 된다”라고 설명했다.


강연 이후에는 질의응답이 이어졌다. 참가자들이 다양한 분야를 질문했는데, 그중에는 연구자로서의 성장 방식에 관한 질문도 있었다. 김필립 ES는 최신 분야 연구를 하며 시야가 좁아지는 것을 경계하고, 넓은 시야를 갖도록 노력할 것을 조언했다.

김필립 ES “양자 과학 해결에 기여한 학자 되면 뿌듯할 것”
강연은 미래에 관한 예측과 학자로서의 마음가짐 등의 이야기로 이어졌다. 현재의 화두는 다체계 물질, 위상 수학적 관계, 초전도체, 안정적 큐빗, 상온 초전도 현상 등 다양하다. 김필립 ES는 물리학만이 아니라 다양한 대학, 국가 사이의 연계와 연대, 그리고 경쟁 등이 필요함을 강조하며 “화학자와 물리학자의 생각과 연구법이 다르다. 다른 분야의 연구를 물리학의 눈으로 다시 살펴보는 것도 필요하다. 새로운 물질에 대해서는 화학자들이 더 많이 알 수도 있다”라며 “양자 과학의 해결을 위해 한 가지 정도 기여한 학자가 된다면 뿌듯할 것”이라며 연구자로서의 목표를 밝혔다.

이후에는 질의응답이 이어졌다. 세계적 학자의 방문을 반겼던 참가자들은 다양한 질문을 던졌다. 연구자로서의 성장 방식과 인생의 목표에 관한 질문도 있었는데, 김필립 ES는 다양한 생각이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어떤 일을 하려고 해도 최신의 연구를 하면 시야가 점점 좁아지기 마련이다. 이런 순간에 넓게 보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라며 “누구에게나 운은 무작위적이다. 준비돼 있어야 한다. 넓은 시야가 그런 준비라 생각한다. 제 연구 중 다수의 결과도 당시에는 의미가 없던 것이 우연히 좋은 결과가 되기도 했다”라고 설명했다.

건강한 협력에 관한 질문도 있었는데, 연구 집단에서 발생하는 관계적 문제의 해결 방안에 관한 궁금증이었다. 김필립 ES는 “연구도 인간이 하는 일이라, 인간 사이의 정치적 문제가 생긴다. 논문을 누구의 이름으로 발표하는지와 같은 일이다”라며 “결국은 연구 집단 내부의 문화에서 생기는 일이다. 경쟁의 관점에서 생각하는 것보다 연구자로서 해당 분야의 문화를 형성하는 문제로 생각한다”라고 견해를 밝혔다.

지난해 9월 설립한 양자물질 글로벌 연구센터는 교내를 넘어 국내외 양자 과학의 플랫폼이 되기 위해 다양한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손석균 연구부센터장은 “한국연구재단의 한계도전 R&D 사업과 소재글로벌영커넥트 사업을 수주했고, 서울특별시가 주관하는 양자기술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다. 양자기술 사업화 및 산업전문과정의 교육과정 개설을 주도하는 역할이다”라며 “국제 연구 협력을 위한 MOU도 진행 중이다. 양자물질 글로벌 연구센터의 활동에 많은 관심을 부탁드린다”라고 소개했다.


지난해 11월 설립한 양자물질 글로벌 연구센터는 양자물질 분야의 플랫폼을 목표로 다양한 사업을 기획·추진하고 있다.

글 정민재 ddubi17@khu.ac.kr
사진 이춘한 choons@khu.ac.kr

ⓒ 경희대학교 커뮤니케이션센터 communication@khu.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