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환의 시대, 대학의 활로’
- 조회수 5
‘전환의 시대, 대학의 활로’
2025-04-14 교류/실천
2025학년도 1학기 고황연찬회, 기관 탁월성 이끌 전일적 사유와 행정 역량 강화에 초점
조인원 이사장 “인간과 자연, 우주를 포괄하는 새로운 문명사적 패러다임과 함께, 소통과 협력의 대학 행정 모색해야”
2025학년도 1학기 고황연찬회가 ‘전환의 시대, 대학의 활로’를 주제로 지난 2월 25일(화)~26일(수) 경기도 광주 곤지암리조트에서 열렸다. 고황연찬회는 기관 행정 보직자를 위한 연찬 프로그램이다. 매년 2월과 8월, 두 차례 열린다. 연찬회는 경희의 가치와 전통, 전환 시대 기관의 행정 탁월성에 중점을 둔다. 이를 통해 기관 행정의 안정성, 역동성, 미래 지향성 구현을 목표로 한다.
법인 세션과 대학 세션으로 나눠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법인 세션은 경희학원 설립 정신과 철학을 확립해 온 역사와 전통, 학원 정관이 규정한 법인과 대학 행정의 역할과 책무, 국내외 기관 경영 선도 사례를 공유하고, 데이터 기반 조사·분석과 미래 전략 방법론에 관한 특강, 신임 교무위원 임명장 수여식, 조인원 이사장 인사말과 대담 순으로 이어졌다.
조 이사장은 “경희의 출범은 76년 전 새로운 희망이 절실한 역사적 현실에서 인간이 추구해야 할 보편 가치를 찾아 나서고자 하는 노력에서 시작됐다. 지구 행성 모든 존재의 평화로운 공존의 길을 모색하는 경희의 전통은 오늘도 이어진다. 최근엔 그 문제의식을 학원의 기관 경영 차원에서 심화하려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문명사적 위기의 규모와 강도가 유례없이 크고 긴급한 만큼 기관 행정의 노력을 배가하는 일은 남다른 시대적 의미를 지닌다. 시대의 전환 국면을 면밀하게 살피면서 지구사회와 미래세대의 더 나은 미래, 지속 가능한 미래를 위해 대학이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함께 고민해 보자”고 말했다.
“지구 행성 차원의 붕괴 가능성이 초읽기에 들어갔다”
조 이사장은 ‘지구 운명의 날 시계(Doomsday Clock)’에 관한 이야기로 말문을 열었다. 이 시계의 시간은 세계원자과학자회(Bulletin of the Atomic Scientists)가 발표한다. 원자폭탄 개발 프로젝트인 맨해튼 계획에 참여했던 과학자들이 주도해 설립한 이 기구는 히로시마에 떨어진 원폭 비극을 반성하면서 1947년부터 매년 지구 운명의 날 시계의 시간을 설정하고 있다.
1947년에는 ‘자정 7분 전’이었으나, 1953년 미국이 수소폭탄을 실험했을 때 ‘자정 2분 전’으로 당겨졌다. 자정은 인류 멸절의 시간대를 의미한다. 미국과 러시아가 핵무기 폐기에 원칙적으로 합의하고 일련의 군축 회담을 성공적으로 타결하면서 냉전이 종식되자, 1991년 ‘자정 17분 전’으로 자정에서 가장 먼 시간대로 늦춰졌다. 그러나 최근, 시계가 가리키는 시간에 큰 변화가 생겼다. 2020년부터 ‘분침’에서 ‘초침’으로 바뀌더니 2023년과 2024년에는 ‘자정 90초 전’, 올해는 ‘자정 89초 전’으로 당겨졌다. 핵 위기를 비롯해 기후, 환경과 생태 위기, 인공지능을 탑재한 드론 등 파괴적 과학기술의 위협이 나날이 심각해지면서 인류가 역사상 가장 위태로운 시간대에 놓이게 됐다.
스톡홀름국제평화연구소(Stockholm International Peace Research Institute)가 발행한 『2024년 연감(Yearbook 2024)』에 따르면, 전 세계 핵탄두 수는 1만 2,121기로 추정된다. 그간 수많은 핵실험이 지하, 심해, 대기권, 성층권, 우주에서 이루어져 왔다. 올해 1월 재집권한 트럼프 행정부는 1기 때와 마찬가지로 파리기후협약에서 탈퇴했다. 취임 첫날, 파리기후협약은 물론 세계보건기구(WHO)에서 탈퇴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미 공화당은 유엔 탈퇴를 추진하는 법안을 발의하기도 했다.
이런 시대 상황을 전하면서 조 이사장은 “기후 위기, 양극화, 식량과 물 부족 문제, 생태계 파괴, 생물 다양성 급감, 잦아진 팬데믹 등 인류사회가 안고 있는 지구적 난제 하나하나는 인류의 실존적 위협 요인이다. 지구 운명의 날 시계가 보여주듯이 지구 행성 차원의 붕괴 가능성이 초읽기에 들어갔다. 최근 연구 결과들은 현 상황이 지속되면 인류가 경험해보지 못한 총체적 위기 국면으로 급격히 전환될 수 있다고 한다. 우리 일상의 터전이 일거에 무너질 수 있다는 경고가 제기되고 있는 게 오늘의 문명사적 현실이다. 그간 시대의 난제를 풀기 위해 국제사회가 어렵게 성취해 온 수많은 국제 협약과 규범이 풍전등화 상태에 놓여 있다”라고 진단했다.
실존적 위협과 존재론적 충격, 문명사적 함의에 더 많은 관심 기울여야
말 그대로 실존적 위협의 시대다. 조 이사장은 이에 더해 존재론적 충격을 안긴 또 다른 현상에 주목했다. UAP(Unidentified Anomalous Phenomena)와 USO(Unidentified Submerged Object)다. 과거 UFO라고 불리던 미확인 비행 물체처럼 이상 현상을 보이는 물체가 대기권과 심해에서 관찰되고 있다는 증언이 이어지고 있다. UAP와 USO를 둘러싼 세간의 관심이 커지자, 미 의회는 지난 2년간 상·하원 청문회를 개최했다.
그 시작은 2017년 연말 뉴욕타임스에 실린 특별기고문 한 편이다. 미 국방부에서 UAP를 연구하는 AATIP(Advanced Aerospace Threat Identification Program)를 운영했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후, 버락 오바마 전 미 대통령, 존 브레넌 전 CIA 국장, 존 랫클리프 전 미 국가정보원 원장, 빌 넬슨 NASA 국장 등 전현직 고위 인사들이 UAP 실체 인정에 관한 공개 발언을 이어갔다. 지난해 미 하원 청문 석상에 참석한 전 해군 제독 티모시 갤로뎃, AATIP 전 책임자 루이스 엘리존도 등도 UAP와 USO 존재 가능성에 관해 확신에 찬 증언을 쏟아냈다.
“아직 실체를 입증하지 못한 상황이기 때문에 속단하기는 이르다. 그러나 인간이 우주 내 유일한 지적 고등 생명체가 아니라는 가설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고 전제한 조 이사장은 앞서 전한 지구 행성 차원의 붕괴 가능성과 인간이 아닌 지적 생명체의 존재 가능성이 지구적 차원에서 폭넓게 회자하는 시대 상황을 주시하면서 상황 전개의 문명사적 함의에 더 많은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는 취지의 발언을 이어갔다. “우리는 그간 인류가 한 번도 겪지 못한 ‘진화 혹은 절멸’, ‘평화 혹은 붕괴’란 유례없는 상황과 대면하고 있다. NASA 기후과학자였던 제임스 핸슨은 1988년 미 의회에서 ‘지구온난화는 인간의 산업활동에서 기인한 것이다. 산업화 이전보다 지구 평균 온도가 1.5도 이상 오르면 돌이킬 수 없는 기후 재앙이 일어나게 된다’고 기후 위기를 처음 경고했다. 그런 그가 2024년 5월 1.5도를 넘어섰고 인류가 매우 전향적이고 포괄적인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2030년대에 2도를 넘어설 것이라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충격적인 결과다. 학자마다 다르지만, 유엔 공표보다 충격적 상황을 더 빨리 경험할 수 있다는 주장이 최근 제기되고 있다. 이런 일련의 상황은 안타깝게도 ‘인류에게 과연 미래가 있을까’라는 회의적인 질문을 던지게 한다. 지금 우리는 물어야 한다. 인류를 위한 학술 연구와 미래세대의 미래를 담보해내야 할 소임을 안고 있는 대학은 이제 무엇을 해야 하나. 어떤 길을 가야 할까”라고 말했다.
그는 대학 총장직을 수행할 때 가졌던 고민을 공유하며 말을 이었다. “당시 ‘대학은 왜 존재하나’라는 질문을 제기하면서 ‘우리가 추구해야 할 탁월성의 방향성은 무엇인가’를 고민했다. 대학은 고등학술기관이다. 학문하는 곳이다. 대학의 소명은 학문적 탁월성을 최우선 가치로 삼아야 한다. 그런 맥락에서 나온 또 다른 질문이 있다. ‘탁월성’에 관한 문제의식이다. 탁월성이라고 하면 단순하게 경쟁력을 떠올리는 사회 경향도 있다. 그러나 탁월성의 의미는 이보다 더 넓고 깊다. 물론 생존하려면 현실을 성공리에 관리해 가는 일이 반드시 필요하다. 그러나 경쟁을 위한 경쟁이 궁극의 목표가 된다면, 대학의 의미는 축소되고 왜곡된다. 대학은 인류사회, 더 나은 인간의 미래를 열기 위한 학문과 배움의 장, 공적 실천의 장이어야 한다는 생각을 이어갔다. 그런 의미에서 대학 행정의 현실 관리는 대학의 핵심 가치이자 본연의 책무인 학문적 탁월성 견지와 함께, 교무·연구·인사·재정·총무·대외협력과 국제협력의 길을 열어가는 일이 중요하다. 인류 역사상 유례없는 위기의 시간대를 통과하고 있는 지금, 우리가 추구해야 할 탁월성은 성공적인 현실 관리와 함께 ‘대학다운 미래대학’의 길을 위해 적극적인 노력을 이어가는 것”이라고 전했다.

“인류의 미래를 위한 노력, 대학이 떠맡아야 할 마땅한 책무”
대담에서는 탁월성과 대학 행정에 관한 의견이 오갔다. 사회를 맡은 지은림 학무부총장(서울)은 “대학 행정은 하면 할수록 어려운 분야라는 생각이 든다. 법인과 대학 행정을 두루 경험하신 이사장님께 조언을 구하고 싶다”고 대학 행정, 그리고 우리가 추구해야 할 탁월성에 관한 조언을 요청하면서 대담을 시작했다.
조 이사장은 “최근 한 일간지에 실린 사립대 총장 인터뷰 기사를 읽어 봤다. AI 융합으로 인류 난제 해결에 나서겠다는 내용이었다. 경희는 설립 이래로 지구적 난제에 도전하는 교육과 연구를 중시해 왔다. ‘경희의 미래, 인류의 미래’라는 기관 좌표와 함께 대학 행정의 전통을 쌓아왔다. 그런 거시적 목표는 크게 주목받지 못했다. 최근 수년 새 많은 변화가 있었다. 어느 국립대도 최근 중장기 발전계획(2025~2040)에 ‘국가와 인류의 미래에 공헌하는 지식공동체’라는 비전을 담았다. 이처럼 대학의 근본 소명은 인류의 미래에 기여하는 대학다운 대학의 길을 열어가는 것이다. 우리가 지금 마주한 위기는 인류의 실존과 생존에 직결된 문제다. 이를 풀어가는 문제의식과 공적 실천은 이젠 더 이상 선택이 아니다. 대학이 스스로 떠맡아야 할 마땅한 책무다”라고 말했다.
우리가 추구해야 할 탁월성의 기저에 관해서는, 러시아 철학자 우스펜스키(P.D. Ouspensky)의 강연을 묶은 책 『The Psychology of Man’s Possible Evolution』 내용을 소개하면서 실마리를 찾았다. “우스펜스키는 인간 의식의 다양한 유형에 내재하는 미래의 진화 가능성을 논했다. 그가 들려준 의식 유형은 크게 네 가지다. ‘자는 의식’, ‘깨어 있는 의식’, ‘자기의식’, ‘객관 의식’이다. 자는 의식은 무의식과 의식 사이에 존재하는 잠재의식과도 같다. 의미 부여를 하지 않은 채 일상적으로 하게 되는 행동에 깃든 의식과도 같다. 깨어 있는 의식은 우리가 흔히 말하는 합리성, 혹은 전략적 판단에 내재하는 의식 유형이다. 생존하기 위해, 자신의 이익을 취하기 위해 동원되는 의식이 여기에 속한다. 자기의식은 타자의 관점에서 자신을 돌아보는 일종의 성찰적 의식이다. 객관 의식은 보편 가치, ‘세상 그 모든 것’의 궁극적 실재와 소통하는 의식 유형이다. 우리는 어떤 의식과 함께 일상을 꾸리고 미래를 설계할 것인가?”
조 이사장은 “결국 내가 내 안의 잠재태로 존재하는 어떤 의식 유형에 집중하느냐에 따라 개인과 사회, 세계의 미래가 결정된다고 생각한다. 삶을 살아갈 때, 기관 행정에 임할 때 어떤 의식의 저변을 이끌어낼 것인가 문제는 우리 선택에 달려 있다. 의지적·의식적 노력이 중요하다고 본다. 우리가 함께 추구해야 할 탁월성은, 현실적으로 여러 유형의 의식 조합이 필요하겠지만, 치열한 성찰과 상상을 통해 나와 타자, 자연과 우주의 전일적 맥락을 포괄하는 의식, 단순 경쟁을 넘어 소통하고 협력하는 의식이 시대가 필요로 하는 가치이자 덕목이라고 생각한다. 이 점의 문명사적 함의에 주목하자는 것이 그간 경희학원이 추구해 온 기관 운영의 가치, Towards Global Eminence다”라고 말했다.
지은림 부총장은 “탁월성을 축으로 한 대학 행정의 중요성을 말씀해 주셨다. 이를 위해 전문성도 키워야 할 것 같은데, 행정 전문성을 강화할 방법은 무엇인가”라고 질문을 이어갔다.
조 이사장은 “저도 배워 가는 중이라 개인적인 생각으로 들어주셨으면 좋겠다. 대학 행정 분야는 다양하다. 그러나 항상 그 기저엔 대학 본연의 사명인 진리 탐구, 학문과 배움의 탁월성 구현이란 근본 목표가 있다. 그 목표와 함께 기관 경영의 위기와 기회 요인을 성공리에 관리해 가는 실천적 노력이 중요하다고 본다. 생존과 실존을 위한 시계열 분석(time-series analysis), 비교 연구(comparative analysis), 사례 연구(case study)를 일상화하면서 현실을 관리하고, 전환 문명 시대를 열어가는 행정 역량을 키우는 것이 필요해 보인다. 그런 노력은 우리 모두를 위한 시대적 함의를 지닌다. 위기에 처한 인간과 사회, 자연과 문명, 그리고 경희학원과 대학을 종합적으로 읽어내는 전일적 관점(holistic perspective), 시스템 이해(systems analysis), 크고 작은 기획 업무 추진을 위한 치밀한 사업 수행(project management) 기법을 축으로 경희의 미래, 역동적 미래를 열어가야 한다고 생각한다”라고 전했다.
황윤섭 정경대학장은 “이사장님은 대학 총장직과 법인 이사장직을 수행하시면서 여러 위기를 넘겨오셨을 것 같아서 혜안을 듣고 싶다. 대학 정책을 수립할 때 의견 충돌이 불가피하다. 반대하는 구성원과의 소통이 중요한데, 쉽지 않다”면서 소통을 위한 조언을 요청했다.
조 이사장은 “대학 총장직을 수행하면서 각종 현안과 정책을 추진할 때, 소통의 진정성을 기조로 삼았다. 회의록 공개, 서신, 연설, 간담, 간행물 발간 등과 같은 공식 채널을 통해 대학 운영에 관한 현안을 구성원과 소통하고 공유하려고 노력했다. 그 기조를 지금도 이어가려고 노력한다”면서 “비판에서 온전히 자유로운 선택은 현실 세계에는 좀처럼 존재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서로 다른 의견은 인간사회에서 어찌 보면 자연스러운 일이다. 다만 상충하는 의견 간 긴장 해소를 위해 노력하고, 대학이 더 나은 대학의 미래를 위해 마땅히 해야 할 일을 추진하려는 진정성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런 진정성과 인내는 개인 차원에서도 그렇지만, 대학 행정에서도 큰 의미를 지닌다. 이를 위해선 무엇보다 대학의 더 나은 미래, 더 큰 미래를 향한 자신과의 진솔한 내면적 대화를 이어가는 노력이 중요하다고 본다. ‘경희의 어제와 오늘, 더 나은 내일을 아우르는 일’. ‘판단과 선택의 공적 가치를 높이려는 의지’. ‘전일적 관점에서 대학의 문명사적 소임과 책무에 귀 기울이는 일’. 그런 일들이 중요하지 않을까 한다. 그 과업은 대학의 또 다른 책무인 미래세대의 더 나은 미래, 지속 가능한 미래를 위해서도 대단히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경희의 가치와 철학에 담긴 ‘전환의 시대, 평화의 책무’ 공유
고황연찬회 법인 세션은 경희학원 설립자 미원(美源) 조영식 박사의 사상과 철학을 담은 영상 《전환의 시대, 평화의 책무》 시청, 경희의 가치와 철학에 관한 발표로 시작했다. 학원 역사와 가치에 기반한 대학 경영 탁월성 제고 방향 설정을 위해 마련한 연찬 프로그램이다.
“오늘의 삶을 돌아보라. 시공간적으로 빠르게 압축되었음에도 의식 영역은 여전히 갈등과 분열이 존재한다. 인류는 이런 불안 속에서 세상사에 떠밀려 바람 부는 대로, 물결치는 대로 살아야 할까.”
설립자는 1975년 발표한 저서 『인류사회의 재건』에서 이렇게 물었다. 경희정신의 모태가 된 설립자의 저서 『문화세계의 창조』(1951년)도 유사한 문제의식을 담고 있다. 설립자는 모든 개인은 저마다의 가치와 철학을 갖고 있고, 파편화된 삶에 갇혀 있기 때문에 현실을 넘어서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현실의 모순을 극복하기 위해 더 큰 현실적인 상상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우주의 흐름에서 인간의 삶을 바라본 이유가 여기에 있다.
설립자는 우주 운동을 이해하면서 인간의 의식을 고민하고, 평화의 가치를 찾았다. 우주의 이치와 인간의 창조적 의지 작용, 그리고 그 안에서 이루어진 전일적이고 총체적인 상호작용과 거대한 우주적 흐름, 그 안에서 모든 존재가 참여해 만들어가는 궁극의 보편, 그 창조적 조화를 이뤄가는 가장 아름다운 상태, 그것이 ‘평화의 상태’이자 ‘문화세계의 창조’의 의미라고 봤다. 설립자는 평화의 상태를 만들기 위한 창조적인 협력, 그 노력의 과정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관련 내용을 발표한 신진숙 미래문명원 부원장은 “인간과 지구상 모든 존재와의 연결을 인식하는 것이 변화의 중요한 출발점이다. 어느 누구도 지금 인류가 마주한 유례없는 문명 위기의 현실을 피해 갈 수 없다”면서 시대에 주어진 문명사적 난제의 해법을 구해 가는 노력은 시대를 살아가는 모든 이들의 책무라는 점을 되새기며 발표를 마무리했다.
“대학 보직자는 학원 설립 목적과 정신, 가치 구현할 책임 지녀”
이후, 법인과 대학의 역할과 책무, 행정 체계와 경영관리 프로세스, 경영 결산과 경영 계획에 관한 발표와 특강이 이어졌다. 종합적 접근(Holistic approach), 시스템 경영, 프로젝트 매니지먼트 관점에서의 대학 경영에 도움을 주고, 데이터에 기반한 국내외 우수 대학 경영 이슈와 정보 공유를 통해 교무위원의 사고 폭과 깊이를 제고하기 위한 연찬 프로그램의 일환이다.
사립학교법상 학교법인은 설립자가 재산을 출연해 설립 정신을 실현하기 위해 설립한 법인이다. 사립학교법은 그 특수성을 인정해 사립학교의 자주성을 보장하고 있으며, 학교법인을 사립학교 설치·경영의 주체로 명시하고 있다. 이에 경희학원 정관 제1조는 ‘문화세계 창조와 인류사회의 평화 증진을 지향하는 설립정신에 입각하여 고등교육, 중등교육, 초등교육 및 유아교육을 실시함을 목적으로 한다’라고 설립 목적을 밝히고 있다.
관련 내용을 설명한 김현 법인 사무총장은 “사립학교법과 경희학원 정관에 따라 대학 보직자는 학원의 설립 목적, 설립 정신과 가치를 구현해야 할 책임이 있다. 따라서 보직자로 선임되면, 그 역할과 책무 이행에 있어 학원의 설립 정신, 역사와 전통에 기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법인은 경영 주체로서 역할을 다하기 위해 미래 예찰, 심의 분석, 위기관리 체계를 구축하고, 기관장 연례보고, 경영 점검과 기관장 회의 제도를 운영해 각급기관의 경영 실태를 조망·점검하고 있다. 특히 △경희 가치 △위상 △인사 △재정 △글로벌·공공협력 △시설·조경·디자인 △학생 만족 △행정 거버넌스 등 학원 운영 8대 핵심 영역을 집중해서 들여다본다.

위상·인사·재정·학생 만족 분야 점검 내용 공유
이번 고황연찬회에서는 △위상 △인사 △재정 △학생 만족 분야의 점검 내용을 공유했다. 법인은 위상 관리의 진정한 의미는 학계 평판과 사회적 신뢰 강화, 구성원의 자긍심을 고양하는 데 있다고 판단했다. 이에 대한 교무위원 전원의 인식과 공감이 필요하다는 분석과 함께 석학 및 우수 교원 영입, 선도적 연구 성과에 기반한 교육의 탁월성을 강화하기 위한 정책·제도 개선 필요성을 제시했다. 기획 부서의 전문성 강화를 통한 창의적·선도적 전략 수립도 주문했다.
대학의 전임교원 수는 2009년 이후 꾸준히 증가해 2013년 1,481명으로 정점에 도달했다. 이후 하락 및 정체를 지속하며 2024년 10월 1일 기준으로 1,364명을 기록했다. 최근 10년간 국내외 선도 대학의 교원 수가 증가 추세에 있는 것과 대조적이다. 이에 법인은 학술 탁월성, 위상, 재정을 고려한 최적의 인력 규모를 산출하고, 대학 차원의 중장기적 인사 정책을 수립해야 한다고 분석했다.
대학 재정 규모는 최근 20년간 2.3% 늘었다. 같은 기간 주요 대학의 재정 규모 성장률은 3.4%였다. 법인은 대학에서 수립한 Finance21 재정사업단 확대 운영, 외부 전문가 영입, 거교적 차원에서 국고 사업 수주 활성화, 정원 외 교육 프로그램 강화 등의 전략을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수강료 수입 감소에 대한 대책 마련의 시급성을 강조했다. 기부금 관련 거버넌스 및 전문화 제고 방안과 외국인 신입생 유치 계획, 첨단학과 증원과 계약학과 활성화 계획의 필요성도 덧붙였다.
법인은 학생 만족도 향상을 위해 교육·연구 여건 및 학생 소통에 기반한 적극적인 학생 시설과 환경개선, 경희인의 자긍심을 회복할 수 있는 제도 및 정책, 교육혁신 전략 및 예산 증액 편성 계획 실천 등을 주문했다.
경영의 탁월성·효과성·건전성 견인 위한 경영관리 프로세스 운영
법인과 대학은 경영의 탁월성·효과성·건전성을 견인하고자 일관 행정 체계를 통해 경영관리 프로세스를 운영 중이다. 법인은 매년 9월부터 11월에 다음해 학원 운영 기조를 수립한다. 대학은 이를 기반으로 경영 계획을 수립하고, 경과 보고와 연례 보고를 시행한다. 그 과정에서 법인과 대학은 상시 소통하면서 이사회의 주문·권고 사항 이행을 점검한다.
법인은 기관 행정 전문성 강화를 위한 노력도 펼치고 있다. 고황연찬원 프로그램이 대표적이다. 고황연찬원은 문명 전환기의 시대적 요청과 함께 경희학원과 산하 각급기관의 탁월한 행정 전문성, 리더십 고양을 목적으로 하는 연찬 기관이다. 학원 설립 취지와 가치를 기반으로 ‘학문과 평화’의 전통을 계승하고 각급기관의 안정적 운영과 미래지향의 행정 역동성을 위해 일하게 된다.
유환철 법인 본부장은 “올해 고황연찬원 발족을 앞두고 있다. 고황연찬회와 보직자 프로그램은 이미 운영되고 있다. 위상·인사·재정 등 역량 강화 워크숍과 시스템 경영, 프로젝트 관리, 생성형 AI 분야 프로그램은 올해부터 시작한다. 앞으로도 시대 상황에 대한 지속적인 성찰과 미래 예찰, 각급기관 구성원 요구 파악과 분석, 해외 대학/의료기관 행정 리더십 프로그램과 유엔 등 국제기구, 국내외 관·산·학계 연수기관과 협력체계를 구축해 연찬 프로그램을 준비하겠다”고 밝혔다.

“대학의 모든 의사 결정에 데이터를 활용해야 한다”
송성진 법인 전문위원은 ‘데이터 기반 서치 전략과 리크루팅 사례’라는 주제로 특강을 진행했다. 대학은 지난해 노벨 물리학상을 받은 콘스탄틴 노보셀로프 싱가포르국립대 교수와 한국인 최초의 벤저민 프랭클린 메달 수상자인 김필립 하버드대 교수를 ES(Eminent Scholar)로 초빙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기초의과학 분야 선도연구센터(MRC) 센터장을 맡고 있는 김해원 교수와 세계 상위 1% 연구자(HCR)에 선정된 루치르 프리야다르시(Ruchir Priyadarshi) 교수를 전임교원으로 확보하기도 했다. 송 전문위원은 이러한 석학 및 우수 교원 영입 성공을 이어가기 위한 데이터 기반 전략 수립을 강조했다.
하버드대의 교수 채용 절차는 공고안 작성 및 채용위원회(Search Committee) 구성, 공고 및 후보자 발굴, 서류 검토 및 후보자 명단 작성, 후보자 캠퍼스 방문 및 면담 평가, 후보자 평가표 작성, 채용위원회의 종합 소견서 작성 및 학과 내 최종 논의, 최종 심의 및 임용 결정 단계를 거친다. 절차는 국내 여느 대학과 별반 차이가 없으나, 후보자 발굴과 평가 등에 데이터를 적극 활용한다는 특징이 있다.
송 전문위원은 “대학의 모든 의사 결정에 데이터를 활용해야 한다”고 강조하면서 “학원 운영 기조와 대학 경영 목표에 따라 전략을 수립할 때, 외부 환경과 내부 역량 등 데이터를 활용해야 한다. 인재를 영입할 때도 연구력과 평판 등 데이터에 기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지금은 ‘의지는 역경을 뚫고 협동은 기적을 낳는다’를 새겨야 할 때”
이어서 대학 신임 교무위원 임명장 수여식이 진행됐다. △김성수 (국제)교무처장(후마니타스칼리지 교수) △김학정 (국제)총무관리처장((국제)총무관리처 직원) △최영준 국제처장(무역학과 교수) △김도균 대외협력처장(체육대학원 스포츠 데이터·네트워크·AI플러스(DNA+)학과 교수) △강인욱 중앙도서관장(사학과 교수) △박진빈 문과대학장(사학과 교수) △권영균 이과대학장(물리학과 교수) △장윤혁 생활과학대학장(식품영양학과 교수) △권용대 치과대학장 겸 치의학전문대학원장(치의학과 교수) △최진환 공과대학장(기계공학과 교수) △신현동 전자정보대학장 겸 소프트웨어융합대학장(전자공학과 교수) △김진오 예술·디자인대학장 겸 아트퓨전디자인대학원장(환경조경디자인학과 교수) △김영동 일반대학원장(물리학과 교수) △강재식 경영대학원장(경영대학원 경영학과 교수) △정원석 테크노경영대학원장(사회기반시스템공학과 교수)이 임명장을 받았다.
임명장을 받은 김영동 일반대학원장은 “오늘 발표와 특강, 이사장님 말씀과 대담이 대학의 책무와 보직자의 책무를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이 됐다. 그리고 과거와 달리 법인과 대학이 유기적인 협력관계를 구축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었다”는 소회와 함께 “지금은 설립자의 말씀 ‘의지는 역경을 뚫고 협동은 기적을 낳는다’를 새겨야 할 때인 것 같다. 창조적 협력으로 차이를 넘어서서 조화를 이뤄내고, 기적을 만들어 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포부를 전했다.
글 오은경 oek8524@khu.ac.kr
사진 이춘한 choons@khu.ac.kr
ⓒ 경희대학교 커뮤니케이션센터 communication@khu.ac.kr
- 이전글경희의 교육혁신 어떻게 열어갈 것인가
- 다음글 인공지능에 빠진 딸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