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교문화연구소 ‘인문한국(HK) 3.0’ 사업 선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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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교문화연구소 ‘인문한국(HK) 3.0’ 사업 선정
2025-05-09 연구/산학
‘행성시대의 돌봄인문학 : 단절과 고립에서 상호의존과 보살핌의 공생 네트워크로’
인문학적 관점으로 새로운 돌봄 패러다임 제시할 것
비교문화연구소(이하 연구소)가 한국연구재단이 주관하는 인문한국(HK) 3.0 사업에 최종 선정됐다. 이번 선정으로 연구소는 최대 6년간 '행성시대의 돌봄인문학: 단절과 고립에서 상호의존과 보살핌의 공생 네트워크로'라는 주제로 전 지구적 돌봄 패러다임의 전환을 주도한다.
돌봄 부재로 촉발된 전 지구적 위기, 행성돌봄 패러다임으로 전환
연구소는 행성돌봄인문학이라는 기존 돌봄 연구의 한계를 뛰어넘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한다. 행성돌봄인문학은 인간을 중심에 두는 기존의 개념을 넘어, 지구 행성을 구성하는 모든 존재의 상호 의존과 돌봄이 생명의 기본 조건이라는 인식 아래 고립(孤立)이 아닌 연립(聯立)의 이상을 세우는 것이 목표다. 이택광 교수는 “전 지구적 인구 위기, 사회적 고립 심화, 기후위기 등 복합적 문제로부터 사회의 공동체성을 회복하기 위해선 돌봄이 필수라는 인식에서 출발했다”고 설명했다.
가족이나 사회 일부 계층의 책임으로 국한된 기존 돌봄과 달리, 행성돌봄은 이를 전 사회적, 전 지구적 차원으로 확장한다. 이택광 교수는 “행성성(Planetary)은 생태 문제나 기후위기와 같은 복합적 위기를 민족국가 단위로 해결할 수 없다는 인식에서 비롯됐으며 인간이 지구의 일부라는 존재론적 성찰이 바탕이 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인간을 중심에 둔 근대 문명의 논리에서 벗어나, 가장 약한 존재로부터 돌봄을 출발시켜야 한다.
이택광 교수는 "행성돌봄은 인간 중심의 사고에서 벗어나 가장 취약한 존재로부터 시작하는 돌봄이다. 미생물이나 새와 같은 약한 존재들이 잘 살아갈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면, 인간도 궁극적으로 공생하고 번영할 수 있다는 개념"이라고 설명했다. 그동안 한국 사회의 여러 갈등이 돌봄의 부재로 유발됐다고 지적한 이택광 교수는 “돌봄을 주제로 여러 논의가 진행됐지만 이를 통합할 이론적 토대가 부재했다"며 "인문학적 관점에서 돌봄을 정의하고, 한국 사회의 위기를 포괄하는 돌봄 패러다임을 제시할 것"이라고 밝혔다.
사회, 기술, 생태를 주요 축으로 돌봄 연구 진행
연구소는 돌봄을 구성하는 세 가지 축인 ‘사회’, ‘기술’, ‘생태’ 영역을 각각 근대 문명을 지탱하는 기본적인 삶의 토대로 구분했다. 사회의 힘을 강화하는 유럽 문명이 지구의 패러다임을 장악하며 인간이 자연의 부속물에서 벗어나 자연을 구속하는 역전 현상이 발생했다. 이에 따라 인류세, 기후위기와 같은 생태 문제가 부상하고, 과학이 기술에 종속되는 현상이 초래됐다. 연구소는 돌봄이라는 주제에 행성성 관점을 적용해 세 가지 축을 재구성하려 한다. 이택광 교수는 ”사회와 생태에 집중됐던 기존 연구와 달리. 기술을 과학의 하위 개념이 아니라 독자적인 방향과 철학을 가진 실천적 범주로 바라보고자 한다“며 연구의 독창성을 알렸다.

사회 영역에서는 기존의 사적·도덕적 돌봄 개념을 넘어서 공적·존재론적 수준에서 연립의 정치를 지향하고, 세대, 장애, 젠더에 초점을 맞춰 돌봄의 한계를 넘은 실천을 진행한다. 이를 통해 고립, 외로움, 혐오 등 사회 문제에 대한 대안을 구상하고, 다양한 차이의 격차를 해소하는 트랜스 글로벌한 횡단돌봄으로 나아간다.
연구소는 행성적 문제를 야기한 근본 원인으로 급격한 기술 발전과 기술의 양극화로 인한 불평등을 꼽는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기술 영역에서는 시장과 행위자 간 이윤추구라는 전제를 넘어 윤리적 배치돌봄을 구상한다. 인간과 기술이 공진화할 수 있는 방향성을 모색하며, 기술의 철학적·이론적·실천적 재구성을 목표로 한다.
생태 영역에서는 기후위기, 채굴주의와 같은 근대적 패러다임을 넘어서는 비판적 포스트휴먼 존재론에 초점을 맞춰 연구를 진행한다. 지구행성 내 존재 간의 얽힘을 이해하고 다중생태론을 지향한다. 자연을 자원이나 통제의 대상이 아닌 관계로서의 돌봄에 주목하고, 시대의 전환을 견인할 실천적 모델을 기획한다.
연구소는 세 가지 영역을 횡적으로 연결하고, 교차하는 과정을 통해 종적으로 수렴하는 행성돌봄 체계를 구축한다. 이 과정에서 연구소는 유럽, 북미 등 선진국뿐 아니라, 동남아시아, 중남미, 아프리카 등 글로벌 사우스에서 일어나고 있는 새로운 돌봄의 물결을 도입할 계획이다. 이택광 교수는 ”비교문화연구소는 비판적 섬 연구, 카리브 연구, 대안적 인문학 담론을 확산 시켜온 성과를 기반으로 중남미, 유라시아 등 글로벌 사우스 지역과 국제 연구 네트워크를 구축했다“며 역량을 알렸다.
글로벌 연구 네트워크 기반 학문 후속세대 양성
연구는 총 2단계로 구성해, 3개 핵심 영역과 7개 지역에 걸쳐 교차적이고 통합적으로 진행된다. 외국어대학과 긴밀히 연계해 지역학 기반의 연구 성과를 적극적으로 계승하고 심화시킬 계획이다.
연구의 첫 단계에서 돌봄 위기를 분석하고, 돌봄 연구의 새로운 도약을 위해 지역 간 비교문화적 돌봄 연구 모델을 탐색한다. 이를 토대로 행성돌봄인문학의 토대를 마련하는 것이 목표다. 두 번째 단계에서는 행성돌봄인문학 이론화와 실제 사회에 적용할 수 있는 실천모델로 발전시키는 데 중점을 둔다.
각 지역에 구축된 연구 네트워크를 적극 활용해, 섬 중심의 대안적 인문학 시각과 글로벌 사우스와의 연계를 통한 비판적 행성 담론을 전개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기존의 대륙 중심 문명사관을 넘어서고, 동남아·중남미·카리브 등 다양한 지역의 돌봄 실천 사례를 통합 분석해 균형 잡힌 인문학 지형을 재구성할 계획이다.
이러한 국제적 기반은 학문후속세대 양성에도 고스란히 활용된다. 연구소는 C2C(Care to Care) 프로그램을 통해 인문학에 관심 있는 학문후속세대에게 단계별 학문 역량 심화 기회를 제공하고, 멘토링, 국제 공동연구, 해외학술대회 참여 등 실질적 경로를 통해 연구자로서의 성장을 지원한다. 구체적으로는 멘토링 기반 공동연구, 해외 연구 교류, 실천적 인문학 워크숍 등을 통해 차세대 연구자들이 행성돌봄이라는 새로운 학문적 패러다임 아래에서 전 세계를 무대로 성장할 수 있도록 돕는다.
연구소는 이론적 접근을 넘어서 실질적인 돌봄 사례와 모델을 개발하고, 이를 통해 지역사회와 한국 사회 전반에 걸친 공동체 회복을 도모한다. 시민들과 함께 지역 돌봄사회의 모델을 구축하고, 정책적 제언을 통해 돌봄의 대중화와 실천화를 추진한다. 또한 유튜브, 팟캐스트 등 다양한 뉴미디어 채널을 활용하여 돌봄 논의를 사회적 공론장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글 김율립 yulrip@khu.ac.kr
사진 정병성 pr@khu.ac.kr
ⓒ 경희대학교 커뮤니케이션센터 communication@khu.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