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희무용의 탁월성, 전국신인무용경연대회로 확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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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희무용의 탁월성, 전국신인무용경연대회로 확인
2025-05-19 교육
제62회 전국신인무용경연대회서 무용학부 구성원 성과
김도희 학생(학부 3학년) 대상과 발레 여자 부문 금상, 한영숙상, 홍정희상 등 휩쓸어
방정운 학생(학부 3학년) 발레 남자 은상, 선효정 학생(대학원 공연예술 1기) 한국전통명작무 동상
‘전국신인무용경연대회’는 대한무용협회가 주최·주관하는 유서 깊은 대회다. 신인 무용인의 대표적 등용문으로 동아무용콩쿠르, 서울국제무용콩쿠르 등과 함께 한국 3대 무용 콩쿠르로 꼽힌다. 한국전통무용, 한국전통명작무, 한국창작무용, 현대무용, 발레 등으로 부문을 나눠 수상자를 선정하고, 전체 중 한 명을 대상으로 선정한다. 올해 대회에는 221명이 참가했고, 4월 진행된 본선에는 106명이 진출했다.
이 대회에서 경희 무용이 탁월한 성과를 거뒀다. 무용학부 3학년 김도희 학생이 대회의 대상과 한영숙상, 홍정희상을 휩쓸었다. 한영숙상은 전통춤의 대가인 한영숙 선생(1920~1989)의 예술적 유산을 기념하는 상으로 전국신인무용대회 대상에게 수여한다. 홍정희상은 발레 부문의 1등을 기록한 신인에게 주어지는 상이다. 김도희 학생의 대상으로 2009년 이후 26년 만에 발레 부문에서 대상이 배출됐고, 여자 발레 부문의 대상은 최초다.
무용학부 3학년 방정운 학생은 현대무용 남자 부문의 은상을, 일반대학원 공연예술학과 1기 선효정 학생은 한국전통명작무 부문에서 동상을 받았다. 무용학부 1층에서 만난 이들은 감정을 세심하게 표현하는 분야의 특성처럼 섬세하고 차분한 인상이었다. 조용한 가운데 춤에 대한 열정을 가진 이들을 확인할 수 있었다.

김도희 학생 “최고의 롤모델 ‘김지영 교수’ 본받아, 해외 무대 진출하는 무용수 되고파”
이번 대회에서 최고의 성과를 내며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김도희 학생에게 수상 순간의 이야기를 들었다. 그는 “큰 상을 받을 것이라곤 상상도 못 했다. 여러 상을 받아 정신없이 지나간 순간이었다”라고 회상했다. 긴장 상태에서 몸이 굳으면 실력을 다 발휘하지 못할 것이 걱정됐던 그는 ‘공연 순간’으로 몰입하기 위해 노력했다. 그는 “수상은 연습이 쌓인 결과물이라 생각했다. 학교에서 연습하던 만큼만 보여주자고 다짐했었다”라며 대회의 순간을 설명했다.
김도희 학생은 고전 발레인 <레이몬다>의 아다지오를 준비했다. 이 작품은 마리우스 프티파(Marius Petipa)가 안무를, 알렉산드르 글라주노프(Alexander Glazunov)가 작곡을 맡은 3막의 작품이다. 1898년 러시아에서 초연됐다. 중세 십자군 전쟁을 배경으로 주인공 레이몬다와 약혼자 장 드 브리엔, 사라센의 기사 압데라흐만 사이의 사랑과 갈등을 담았다. 김도희 학생은 이 작품의 1막 후반부의 아다지오를 준비했다. 약혼자와의 재회 장면인데, 섬세한 감정이 담겨 발레리나의 기교와 감정 표현을 극대화할 수 있다. 그는 ‘폴 드 브라(Port de bras)’라는 팔동작에 집중하며 작품을 표현했다.
어린 시절 다양한 춤을 접했던 김도희 학생은 문화센터에서 처음 본 발레 작품 <지젤(Giselle)>을 통해 발레에 입문했다. 발레의 정형미와 체계적 구조 등이 어린아이의 마음을 끌었다. 정해진 동작을 익히며 어려운 순간도 많았다. 틀 속의 편안함을 느꼈던 아이는 성인이 돼 그 속에서 자유를 느끼고 있다. 김도희 학생은 “기본기가 모든 표현의 중심이다. 매일 빠짐없이 기본기를 연습하려 한다. 할 수 있는 한 성실해야 한다”라며 “무릎을 수술했었는데, 약한 부분을 보완하는 운동도 병행 중이다. 단점을 보완하려는 노력이다”라고 밝혔다.
김도희 학생은 자신의 노력을 특별한 노력이 아닌 대부분의 무용수에게 자연스러운 일상으로 표현했다. 그가 느끼는 특별함은 무용학부 김지영 교수에게 있다. 김도희 학생은 “교수님을 통해 새로운 배움을 쌓고 있다. 그동안 무대에서의 정확한 동작에 집착했다. 하지만 교수님께서 이에 더해 관객에게 잘 보이는 방법을 꼼꼼하게 알려주신다”라고 말했다.
이어 “무대 위의 교수님을 보면 무용수가 즐기고 있음이 느껴진다. 불안감 없이 관객과 무용수의 교감이 느껴진다. 교수님처럼 저와 관객이 함께 즐길 수 있는 무용수가 되고 싶다”라고 목표를 말했다. 대학 졸업 이후에는 해외 진출이 목표다. 춤을 잘 추고 싶고, 좋은 무용수가 돼 세계 무대를 누비는 꿈을 꾸고 있다.

방정운 학생, 내면에 집중해 섬세한 감정 표현하며 올해의 목표 이뤄
방정운 학생은 전국신인무용대회에 두 번째로 도전했다. 작년은 아쉬운 결과를 받았다. 그는 “작년과 마음가짐이 달랐다. 지난해에는 쫓기는 기분이었는데, 올해는 자신감이 있었다”라고 말했다. 이어 “2025년을 맞이하면서 ‘올해 안에 상을 하나 받자’라는 목표를 정했다. 목표를 달성해서 다행이다”라며 소감을 밝혔다.
이번에 준비한 ‘내 손에 질문을 쥔 뒤,’는 정신적 장애가 있는 주인공을 표현한 작품이다. ‘사회적 불안 장애’란 키워드에 천착한 결과물이다. 방정운 학생은 타인과의 대면에서 느끼는 정서적 부담과 불안, 여기서 방황하는 주인공의 내면에 몰입했다. 사람들이 대면하는 첫 순간에 집중했는데, 인사할 때 손을 흔들거나 악수하는 등 방식의 차이가 눈에 띄었다. 예를 들면 반가운 사이의 손 흔들기, 격식 있는 자리에서의 악수 등이다. 그는 개인의 인사 방식에서 느껴지는 사람 간의 관계성을 묘사했다.
일반고 학생이었던 방정운 학생은 고등학교 2학년 때 현대무용의 길을 선택했다. 예술고등학교에 진학한 친구들의 공연을 본 뒤에 꿈을 찾았다. 그는 “운동은 좋아했는데, 춤은 처음이었다. 출발이 늦었기에 연습에 더 집중하려 한다”라고 말했다. 자신감을 가질 수 있는 성과를 냈지만, 그는 조심스럽게 말했다. 이런 모습은 연습 과정에서도 발견됐다. 연습 전에는 신체와 내면에 집중한다. 그는 “연습 전 내 상태를 알아야 한다. 다치지 않게 몸에 열을 내고 마사지를 한 후 동작을 시작한다. 평소 습관이 몸에 깃든다. 걷는 방식처럼 생활화된 습관을 찾아 동작의 시작점으로 찾고, 몸의 움직임에 집중한다”라고 설명했다.
방정운 학생은 ‘학생을 가르치는 꿈’을 품고 있다. 단순한 교육을 넘어 관계를 확장하고 싶다. 그는 “제자를 많이 만들면서 그들과 공명하며 어울리고 싶다”라고 꿈을 밝혔다. 교육자의 꿈을 꾸는 그에게 미래에 제자들에게 하고 싶은 말을 물었다. 그는 “포기하지 말자. 꾸준하게 노력하면 결국 결과물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라며 응원의 말을 전했다. 스스로에게 하는 다짐과 같은 말에서 미래 교육자의 자세가 보였다.

‘김백봉부채춤’의 명맥 잇는 경희대, “예술혼과 정신 투사”
선효정 학생은 평안남도 무형유산인 ‘김백봉부채춤’으로 대회에 출전했다. 故 김백봉 명예교수(1927~2023)는 한국 신무용의 선구자로 한국과 경희 한국무용의 거목이었다. 1954년 창작한 부채춤은 그가 펼친 예술의 정수다. 전통 무속무용, 궁중무용, 민속무용 등의 요소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한국무용의 대표작이다. 부채를 활용해 민족적 자긍심과 정체성을 표현했다. 현재 무용학부의 학부장인 안병주 교수는 그의 장녀로 김백봉부채춤의 맥을 이으며 경희 한국무용을 이끌고 있다.
김백봉 교수의 업적은 선효정 학생에게 큰 책임감을 줬다. 그는 “지도교수이자 김백봉부채춤 보유자이신 안병주 교수님께 큰 가르침을 받고 있다. 아직 부족함이 많은데, 김백봉 선생님의 이름을 무대에 올리는 일이라 그 의미를 되새겼다”라며 준비 과정을 소개했다. 이어 “춤을 통해 어떤 감정을 전달할 수 있을지 스스로에게 되묻는 시간이었다. 이번 대회를 통해 김백봉 선생님의 예술혼을 조금이나마 저와 제 춤에 투사하고 싶었다. 영상을 보며 분석했고, 고민했다”라고 준비 순간을 떠올렸다.
어린 시절에는 꿈을 찾기 위해 여러 분야를 경험했다. 웅변, 미술, 가야금, 태권도 등 다양했다. 취미로 무용을 배우던 외할머니와 어머니의 권유로 무용을 시작했다. 발레와 현대무용도 했는데, 한국 춤의 고유한 정서가 선효정 학생을 끌었다. 그는 “한국적인 춤이 나다움을 가장 잘 보여줄 통로라 생각했다”라고 설명했다. 잘 추게 보이고, 예쁜 선을 만들던 노력은 경희대에 입학하며 정신적 측면으로 발전했다. 그는 “김백봉 선생님의 예술 세계를 접하며 새로운 춤의 세계를 체득하고 있다. 다른 사람과 구분되는 강점이라 생각한다. 이를 발전시키기 위해 정진해야 한다”라고 설명했다.
선효정 학생은 자신의 내면에서 시작해 선학들의 길을 계승하려 한다. 그는 “정신적으로 흔들리면 몸과 동작에서 드러난다. 거울을 보며 동작을 교정하기 전 자신에게 집중하며 나를 찾으려 노력한다”라며 “지금은 김백봉 선생님의 예술혼과 춤사위를 온전하게 이해하고 습득하기 위해 안병주 교수님께 많은 도움을 구하고 있다. 성장하는 모습을 느끼며 무한하게 감사하다”라고 인사를 남겼다. 그는 벽 앞에 선 듯한 현재에서 깨달음을 얻은 미래로 나아가려 한다. 그는 “현재에 충실하면 언젠가 오늘의 고민과 연습이 의미 있는 시간이란 점을 알게 될 거다. 그걸 믿고 오늘을 살아간다”라고 힘주어 이야기했다.
글 정민재 ddubi17@khu.ac.kr
사진 정병성 pr@khu.ac.kr
ⓒ 경희대학교 커뮤니케이션센터 communication@khu.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