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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이 철 결핍의 글로벌 질병부담 연구 성과 『네이처 매디슨』 게재

등록일 25-05-21 0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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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이 철 결핍의 글로벌 질병부담 연구 성과 『네이처 매디슨』 게재

2025-05-21 연구/산학


의과대학 연동건 교수 연구팀이 식이 철 결핍에 따른 글로벌 질병부담을 정량 분석한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해당 논문은 세계적 의학 학술지인 『네이처 매디슨』에 게재됐다.

의과대학 연동건 교수 연구팀, 이수지 학생(의과대학 본과 4학년) 제1 저자로 연구 수행
게이츠재단, IHME, 하버드의대 등 포함된 세계적 연구 컨소시엄 주도해 성과 도출
보건 정책 결정의 핵심적 근거 마련, 연구의 우수성 평가받아


2022년 설립된 디지털헬스센터는 융합형 연구 기관이다. 의료빅데이터, 인공지능, 디지털치료제, 비대면의료 등 의학, 공학, 데이터 과학 간의 융합을 통해 디지털헬스 기술을 개발 중이다. 연구 분야별의 연구팀이 다양한 주제의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디지털헬스센터 부센터장인 의과대학 연동건 교수 연구팀은 세계적 연구 성과를 지속해서 발표하고 있다. 연구팀을 만나 이번 연구 성과는 무엇인지 들었다.

204개국 데이터 분석, 건강 불평등 지적
연동건 교수 연구팀이 최근 발표한 연구는 세계 최초의 성과다. 세계 204개국의 글로벌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식이 철 결핍(dietary iron deficiency)’이 어떤 질병부담을 주는지를 연도, 성별, 연령 등으로 분석했다. 이번 연구는 워싱턴대학교 보건계량평가연구소(Institute for Health Metrics and Evaluation, IHME), 게이츠 재단, 하버드의대 등 세계적 연구팀 900여 명이 참여한 대규모 연구였다. 연구 결과는 네이처가 발표하는 세계 최고 권위의 의학 학술지인 『네이처 매디슨(Nature Medicine)』(IF: 58.7)의 5월호에 게재됐다.

이번 연구에는 의과대학 본과 4학년 이수지 학생이 제1 저자를 맡았다. 학부 연구생 프로그램으로 연구에 참여했는데, 데이터 해석, 논문 작성 등 전 과정을 주도했다. 그는 “유엔의 지속가능 발전 목표(Sustainable Development Goals, SDGs) 중 2번 기아 종식(Zero Hunger), 3번 건강과 웰빙 보장(Good Health and Well-being)에서 하나의 지표로 빈혈이 꼽힌다. 빈혈의 원인이 다양하다. 개입의 위치를 설정하려 했다”라며 “식단이 가장 쉬운 방식이라 생각해 연구에 돌입했다. 204개국 데이터를 바탕으로 경향성과 취약점을 정량적으로 수치화했다”라고 연구의 이유와 방식을 설명했다.

연구팀은 전 세계의 질병부담을 추적한 데이터인 ‘세계질병부담연구(Global Burden of Disease 2021, GDB 2021)’를 기반으로 연구했다. 1990년부터 2021년까지 30년 동안 식이 철 결핍으로 인한 빈혈 증상이 실제 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했는데, 유병률과 장애보정생존연수(Disability-Adjusted Life Year, DALY) 지표로 정량화했다. 세계 최초의 시도인데, 기존의 연구들이 ‘철 결핍성 빈혈(anemia)’이란 넓은 범주로 철분 부족을 다룬 점과 구분된다. 연구팀은 식단 섭취 부족에 의한 철 결핍을 독립 변수로 설정했다. 철 결핍이 우리 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하고, 그 결과를 공중보건 정책 수립에 실질적 근거로 제공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연구팀이 발표한 식이 철 결핍에 대한 질병부담 시각화 지도. (A) 2021년 기준, 식이 철 결핍 질병부담. 좌측은 2021년 기준 연령표준화 유병률(인구 10만 명당) 우측은 2021년 기준 연령표준화 DALY (B) 1990~2021년 변화율. 좌측은 1990년부터 2021년까지 유병률 변화율, 우측은 동일 기간의 DALY 변화율

SDGs 달성 위한 정책 지표로 활용 기대
연구 결과 2021년을 기준으로 식이 철 결핍으로 인한 전 세계 연령표준화 유병률은 인구 10만 명당 16,434.4명, DALY는 423.7명으로 추산됐다. 유병 인구는 약 12억 7천만 명에 달했고, 여성의 유병률이 남성보다 두 배 높았다. 연령별로는 6~11개월 영아와 고령층이, 지역 기준으로는 남아시아와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 지역이 가장 취약했다. 1990년 이후 식이 철 결핍 부담은 다소 감소했다. 하지만 고소득 국가와 저소득 국가의 격차는 여전했다. 여성의 질병부담 감소 폭이 남성보다 낮았고, 일부 국가에서는 오히려 악화했다. 식품 다양성의 부족, 보충제 접근성의 한계, 식품 가격 인상 등의 구조적 문제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였다.

의학과 황지영 학술연구교수는 “단순히 빈혈 자체는 다양한 질병과 관련 있을 수 있다. 데이터에서 저소득 국가 위주로 철 결핍이 집중됐다. 특히 6개월 미만, 6개월에서 11개월 아이들, 그리고 여성들에게 심각하게 나타났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저소득 국가일수록 여성들이나 아이들에게 식단이 불균등적으로 제공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예측했다”라고 설명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철 결핍을 해결이 시급한 글로벌 보건 이슈로 지정했다. 유엔의 지속가능 발전 목표와 WHO 2025 글로벌 영양목표(Global Nutrition Targets)에도 포함됐다. 국제사회가 함께 해결해야 할 중요한 문제다. 이번 연구는 이러한 국제 목표에 부응하는 최초의 과학적 정책 기반 연구다. 연동건 교수는 “빈혈은 측정할 수 있지만, 철 결핍은 추정할 수 없다. 철 결핍의 모델링이 세계 최초”라면서 “철 결핍은 철을 먹으면 해결할 수 있는 문제지만, 정책 결정을 위한 데이터가 없었다. 정책 제안을 위한 데이터를 마련한 사례라 그 파급력이 크다”라고 덧붙였다.

9,000건 넘는 피드백, 치열한 개선 과정 통해 결과 도출
연구팀은 워싱턴대 보건계량평가연구소나 게이츠 재단, 하버드의대 등 세계적 연구 기관이 참여하는 연구 컨소시엄에 참여하고 있다. 이번 연구에 관한 연구 컨소시엄의 관심도 컸다. 연동건 교수는 “2022년부터 세계적 연구 기관과 공동 연구를 수행하며 여러 결과를 발표했고, 그 과정에서 컨소시엄 내 경희대의 위상도 크게 상승했다. 식이 철 결핍 관련 연구를 경희대가 주도하겠다고 이야기했다”라면서 “세계적 기관과의 공동 연구 컨소시엄에 참여하는 경우는 많지만, 이번 사례처럼 국내 대학이 주제를 주도한 사례는 거의 없다. 우리 대학이 연구를 선도하고 있다는 점에서 자랑스럽다”라고 강조했다.

여러 기관이 개입한 연구이다 보니 연구 과정에 다양한 의견이 도출됐다. 이수지 학생은 “전 세계의 석학들과 소통했다. 900명 가까운 연구자가 참여하니 논문에 대한 의견을 많이 줬다. 방향성에 관한 것들이 많았는데, 이런 의견들을 모두 분석해 성과를 명확히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라고 설명했다. 황지영 학술연구교수는 “작업 과정도 어려웠지만, 세계 최초의 결과다 보니 어떤 부분을 강조할지 고민했다. 우리 연구팀 내에서도 많은 논의 과정을 거쳤다”라고 밝혔다.

논문을 완성한 뒤 전 세계 공동 저자 900여 명으로부터 9,000건이 넘는 의견이 도착했다. 이러한 내용을 읽고 분석하는 데에도 일주일이 넘는 시간이 필요했다. 연동건 교수는 “힘든 과정이었다. 하지만 공동 연구자들이 모두 만족할 만한 결과를 위해 합의하고 결과를 도출하려 노력했다”라고 밝혔다. 이수지 학생은 세계적 석학인 워싱턴대 보건계량평가연구소 니콜라스 카세바움(Nicholas. J. Kassebaum) 교수와의 논의가 기억에 남았다. 이수지 학생은 “논문 개선 과정에서 날카로운 질문이 많았다. 답변이 정말 어려웠는데, 공부도 많이 해야 했고 도움이 되는 시간이었다”라고 떠올렸다.


연구 결과 발표 후 저널과 컨소시엄의 반응이 뜨겁다. 연동건 교수는 “경희대 디지털헬스센터가 컨소시엄 내에서도 탁월한 역량을 입증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지속적 연구로 연구 역량 입증한 디지털헬스센터
디지털헬스센터의 연구 역량은 컨소시엄 내에서도 주목받고 있다. 2022년에는 연구 주제 설정과 연구 주도에 어려움이 있었다. 연구력에 대한 입증이 필요했다. 연동건 교수는 “세계 각국의 기관이 연구를 주도하려 노력하고 있었다. 연구 성과를 쌓는 과정에서 우리에 관한 인식이 변했다. 지금은 디지털헬스센터가 컨소시엄 내에서도 탁월한 성과를 발표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어 “이번 성과에 필적하는 연구 결과들이 발표를 기다리고 있다”라고 덧붙였다.

결과를 발표한 저널의 반응도 좋다. 연동건 교수는 “논문 발표 후 리서치 브리핑 과정이 예정됐다. 에디터들의 회신도 ‘근래 연구 중 최고의 성과’라는 평가들이 있었다”라고 전했다. 연구 기관의 반응만큼 정책적 활용 가능성도 높다. 황지영 학술연구교수는 “과학적 근거 없이는 정책 제안이 어렵다. 이번 연구 결과를 통해 강력한 기반이 마련됐다. SDGs 2와 3 달성을 위한 구체적 정책들이 발표될 것으로 기대한다”라고 설명했다.

디지털헬스센터는 융합 연구를 수행하기에 다양한 전공의 연구자가 모여있다. 의학을 기반으로 생명과학, 영양학, 데이터 사이언스, 컴퓨터 공학, 인공지능 등이 섞여 있다. 각자 연구자가 자유롭게 연구 주제를 제시하고 함께 연구하는 방식으로 운영하고 있다. 60여 명의 연구자가 함께 성장하고 있다. 연동건 교수는 하버드대 로런스 S. 바코우(Lawrence S. Bacow) 전 총장의 이야기를 마음에 품고 있다. 로런스 S. 바코우 전 총장은 교수를 ‘치어리더’로 비유했다. 학생들의 발전을 응원해야 한다는 의미다.

연동건 교수, “해외 나가지 않고도 세계적 연구 성과 낼 수 있는 연구센터 조성할 것”
이번 연구의 주저자인 이수지 학생은 연구에 몰입해 있다. 탁월한 연구 성과를 발표했지만, 다른 연구도 함께 진행 중이다. 심장병 관련 연구로 세계적 저널에 소개되길 기대하고 있다. 관심 있는 심장병 관련 분야의 의사 과학자를 꿈꾸고 있다. 국제적 연구 컨소시엄에서 연구를 주도한 경험은 그의 꿈을 더욱 크게 만들고 있다. 대학원에 진학해 연구를 지속할 계획이다.

황지영 학술연구교수에게도 국제 공동 연구는 처음이다. 다학제적 연구는 그의 연구 지평을 넓히고 있다. 그는 “이번 연구 결과도 단일 전공에서는 도출하기 어려웠을 것으로 생각한다. 영양학을 공부한 연구자인데, 의학, 데이터 사이언스 등의 분야와 함께 연구해 나온 결과다”라며 “앞으로도 제 전공만이 아니라 데이터를 활용한 다양한 연구를 진행하려 한다”라고 밝혔다.

연구실 구성원들의 성장을 지켜보고 있는 연동건 교수는 뿌듯한 마음과 책임감을 함께 느낀다. 그는 “학생에게 해외에 나가지 않아도 세계적 연구 결과를 만들 수 있다고 말한다. 그리고 그것이 꿈이다. 최정상급 연구를 수행할 수 있는 기관을 만드는 일이 목표다”라고 말했다. 이어 “디지털헬스센터에서 최정상급 연구를 수행하고 있어 뿌듯한 마음이다”라고 덧붙였다.


디지털헬스센터에는 의학, 생명과학, 영양학, 데이터 사이언스, 컴퓨터 공학, 인공지능 등 다양한 분야 60여 명의 연구자가 연구하고 있다. 이들은 탁월한 연구 성과를 발표하며 세계적 연구자로 성장하는 중이다.

글 정민재 ddubi17@khu.ac.kr
사진 이춘한 choons@kh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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