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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속가능한 삶의 구조를 디자인하다

등록일 25-11-05 1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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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속가능한 삶의 구조를 디자인하다

2025-11-05 교육



환경조경디자인학과 학생들이 기후 위기 시대 지속 가능한 조경의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해 국내외 조경대회에서 연이어 수상했다. 사진 왼쪽부터 2025 ASLA Student Award (미국조경가협회 학생어워드)에서 명예상을 수상한 김정원·유차니(21학번)·이지윤 학생(20학번). 2025년 제22회 환경조경대전에서 금상을 수상한 배경현·신인욱 학생(20학번)

환경조경디자인학과 학생들, 국내외 조경 공모전에서 잇따라 수상
기후 위기 시대, 데이터 기반 설계와 생태적 상상력으로 해법 제시


기후 위기, 도시 재해, 생태 파괴 등 복합적인 문제가 얽힌 현대사회에서 조경은 더 이상 단순히 ‘공간을 아름답게 꾸미는 일’에 머물지 않는다. 환경조경디자인은 도시와 자연, 인간과 생태의 관계를 회복하고 재구성하는 등 지속 가능한 삶의 구조를 만들어 가는 과정으로 진화하고 있다. 조경가 역시 불확실한 기후와 빠르게 변화하는 사회 구조에 따라 데이터를 읽고, 흐름을 설계하며, 지속 가능한 삶의 토대를 디자인하는 전문가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환경조경디자인학과 학생들이 실제 현장의 문제를 해결하며 조경의 본질적 가치를 증명했다. 학생들은 각기 다른 장소에서 조경이 사회적·환경적 위기에 어떻게 대응할지 탐구했다. 김정원·유차니·이지윤 학생팀은 황폐해진 제주 사계리 바다의 생태를 복원하기 위한 수직적 순환 전략 해법을 제시했으며, 배경현·신인욱 학생팀은 가평 자라섬의 강에서 반복되는 침수를 생태의 리듬으로 전환하는 방안을 선보였다.

두 프로젝트는 서로 다른 환경과 주제 속에서도 ‘자연의 리듬을 존중하고, 데이터와 생태를 조화시킨 설계’라는 공통된 철학을 구현했다. 김정원·유차니·이지윤 학생팀은 세계 조경계의 권위 있는 무대인 ASLA Student Award (미국조경가협회 학생어워드)에서 명예상을, 배경현·신인욱 학생팀은 국내 최고 권위를 지닌 환경조경대전에서 금상을 수상하는 영예를 안았다. 두 팀을 만나, 공모전에 담긴 의미와 그들의 여정을 들었다.<편집자 주>


바다의 숨을 되살리다 – 제주 사계리 프로젝트

김정원·유차니(환경조경디자인학과 21학번)·이지윤 학생(환경조경디자인학과 20학번).

제주 사계리의 바다를 다룬 김정원·유차니·이지윤 학생팀은 해양 생태계를 위협하는 ‘갯녹음(Sea Barren Ground)’ 현상에 주목했다. 갯녹음은 해저 암반에 석회조류가 쌓이며 바다 숲이 사라지는 현상으로, 어업과 관광 산업, 나아가 지역 생태계 전반에 막대한 영향을 미친다. 이들은 이 문제를 단순한 해저 복원의 관점이 아닌, 내륙에서 해안, 해저로 이어지는 생태의 흐름이 끊긴 결과로 진단했다.

세 학생은 내륙–연안–해저를 하나의 생태축으로 보며 ‘수직적 순환 전략(Vertical Depth Solution)’이라는 새로운 접근법을 제시했다. 핵심은 내륙의 유기물이 하천을 따라 바다로 이어지는 자연스러운 흐름을 회복하고 그 과정에서 각 구간이 서로 유기적으로 작동하도록 설계하는 것이다. 하천 구간에서는 콘크리트 구조물을 걷어내고 현무암 제방을 도입해 영양분이 하천을 따라 해안으로 흘러가도록 했다. 연안에서는 해안도로를 후퇴시켜 해안림과 사구를 다시 연결하고 모래 포집기를 설치해 생태적 완충지대를 조성했다. 해저에는 현무암 해저 아치를 본뜬 아치형 인공 어초를 배치해 해조류가 자생하며 바다 숲이 스스로 확장되는 구조를 구상했다. 이 일련의 과정은 내륙의 영양이 바다로 흘러가고, 바다의 생명이 다시 육지로 순환하는 선순환적 생태의 회로를 복원하는 시도였다.


제주 사계리 팀의 수직적 순환 전략 프로젝트(Vertical Depth Solution)의 패널 이미지. 김정원·유차니·이지윤 학생팀은 내륙–연안–해저를 하나의 생태축으로 보고 내륙의 영양분이 바다로 흘러가 해저 생태계를 되살리는 순환의 회로를 설계했다.

설계과정에서 학생들은 제주도의 지질이 품은 생태적 단서에도 주목했다. 내륙의 화산재 토양은 유기물이 풍부하지만 미생물 환경이 부족하고, 연안과 해저의 비화산재 토양은 미생물은 많지만 유기물이 부족하다. 이들은 상반된 조건을 연결해 내륙의 영양분이 바다로 흘러가 해저 생태계를 되살리는 순환의 회로를 설계함으로써 땅과 바다의 균형을 회복하고자 했다.

이들은 사람의 삶과 자연의 리듬이 공존하는 조경을 설계의 중심에 뒀다. 사계리의 해녀와 농업, 관광업 종사자의 생업을 존중해 극단적 제한 대신에 현실적 공존 방식을 택했다. 농경지를 없애거나 화학비료를 전면 금지하기보다는 농업 활동에서 흘러드는 오염원을 걸러내는 완충 습지를 조성해 생태와 현지의 생업이 공존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했다.


배경현·신인욱 학생(환경조경디자인학과 20학번)

자라섬의 잠재된 형태를 일깨우다 – 가평 자라섬 프로젝트
배경현·신인욱 학생팀은 강의 흐름 속에서 자연과 인간이 공존할 방법을 모색했다. 이들이 주목한 곳은 경기도 가평군에 위치한 자라섬이다. 관광 명소로 알려진 자라섬은 매년 집중호우와 댐 방류로 침수가 반복되는 지역이다. 재해는 지역의 생태와 경제 모두에 큰 부담이 되고 있다.

이들이 참여한 올해 환경조경대전의 주제는 ‘형태는 무엇을 따르는가? (Form Follows What?)’이다. 시대적 조건 속에서 조경이 어떠한 형태를 만들어 낼 수 있는지 그리고 그 형태가 어떤 과정과 방법을 거쳐 완성되는지를 묻는 주제다. 배경현·신인욱 학생은 이 물음에 ‘자연의 흐름이 곧 형태를 만든다’는 설계적 해법으로 응답했다. 자라섬이 가진 땅의 구조와 생태계, 반복되는 침수의 패턴을 억제해야 할 문제가 아닌, 경관을 변화시키는 힘으로 해석했다. 외부의 의도나 인공적 개입이 아닌, 침수와 회복의 순환 속에서 경관이 스스로 자라나는 과정에 주목한 결과다.

두 학생은 먼저 기상청의 기후변화 시나리오와 수문 데이터, QGIS(오픈소스 지리정보분석 프로그램) 등을 활용해 과거와 미래의 침수 패턴을 면밀히 조사했다. 조사 결과 자라섬은 앞으로도 주기적으로 전면 침수가 반복될 가능성이 높은 지역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기술적 제방 대신 자연의 흐름을 복원하는 설계를 제안했다. 섬의 흐름을 가로막던 도로형 둑을 걷어내고 상류의 물길과 생태적 에너지가 다시 섬으로 돌아오게 했다. 직선형으로 굳어 있던 주 수로를 조정해 유속을 안정화하고 정체된 구역에는 습지를 조성해 침수를 새로운 생태 회복의 계기로 전환했다. 세부 물길에는 물골공법과 같은 토목적 기법을 적용해 유입과 배수가 안정적으로 유지되도록 보완해 이 구조가 장기적으로 작동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 이는 자라섬의 물길을 단순한 수리 체계가 아니라 식생의 변화를 이끌고, 시간이 흐를수록 스스로 경관을 형성하는 살아 있는 시스템으로 구현하기 위한 설계적 시도였다.


자라섬 팀의 ‘발현(發現): 자라섬의 잠재된 형태를 일깨우다’ 패널. 배경현·신인욱 학생팀은 자라섬이 가진 땅의 구조와 생태계, 반복되는 침수의 패턴을 억제해야 할 문제가 아닌, 경관을 변화시키는 힘으로 해석했다.

자연을 복원의 대상이 아닌 ‘주체’로
두 프로젝트는 전혀 다른 환경을 다뤘지만, 그 안에는 공통된 시선이 흐른다. 자연을 복원의 대상이 아니라 스스로 작동하는 주체로 바라본 태도다. 사계리 팀이 유기물의 순환을 통해 바다 생태의 자립 구조를 설계했다면, 자라섬 팀은 침수와 회복이 반복되는 리듬 속에서 섬이 스스로 형태를 만들어 가는 과정을 그렸다. 두 팀 모두 수문 데이터, 지질 정보, 생태 자료 등 환경의 가진 구체적 조건을 설계의 언어로 전환하며 인위적 통제가 아닌 자연의 원리를 기반으로 한 설계 해법을 제시했다. 환경조경학과 학생들이 선보인 두 프로젝트의 성과는 조경의 역할이 실제 설계에서 어떻게 구현될 수 있는지 보여준 사례이자 기후 위기 시대 조경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한 실천적 응답이라 할 수 있다.

프로젝트의 준비에는 환경조경디자인학과의 커리큘럼이 큰 밑거름이 됐다. 환경조경디자인학과의 캡스톤디자인 수업에서는 매주 교수와의 팀 크리틱(비평)을 통해 설계안을 점검하고, 문제 해결 과정에서 필요한 분석과 디자인 방법을 훈련한다. 학생들은 크리틱 내용을 기반으로 여러 차례 수정과 조정을 거치며, 시각적 가독성과 논리적 설득력을 함께 높였다. 김정원 학생은 “모래 포집기를 디자인하는 과정에서 전진현 교수님의 조언이 큰 도움이 됐다”며 “처음에는 단순한 직선 형태였지만, 사계리의 해안 지형과 현무암 경관을 반영해 기능과 경관성을 모두 살린 디자인으로 발전시켰다”고 덧붙였다. 배경현 학생은 “김진오 교수님의 크리틱은 단순한 피드백이 아니라 사고의 깊이를 확장하게 하는 과정이었다”며 “설계가 단순한 디자인을 넘어, 지역의 맥락과 자연의 질서를 이해하는 일임을 체감했다”고 말했다.

신인욱 학생은 “공모전 과정에서 가장 큰 도움이 되었던 수업은 ‘경관·지리정보체계’였다”며 “이 수업은 주로 QGIS를 다루는 강의이지만, 저에게는 프로그램을 다루기 위한 기초적인 사고의 틀을 교정하는 경험이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분석의 기반이 되는 데이터를 어떻게 활용해야 하는지를 깊이 고민하게 된 계기였고, 이러한 학습 과정을 통해 숫자와 지형 속에 담긴 자연의 흐름을 실제 사례에 적용해 완성도를 높였다”고 전했다.

학생들은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조경의 범위를 새롭게 인식하게 됐다고 말한다. 사계리 팀의 김정원 학생은 “조경이 단순히 녹지를 설계하는 학문이 아니라 도시와 사회 전반의 문제를 풀어내는 무궁무진한 가능성을 지닌 분야임을 깨달았다”고 소회를 밝혔다. 유차니·이지윤 학생은 “기후 위기 대응과 도시 재생, 생태 복원 등 다양한 의제 속에서 환경조경디자인이 미래 사회의 핵심 해법이 될 수 있다는 확신을 얻었다”고 이야기했다. 자라섬 프로젝트의 신인욱 학생은 “분석과 설계를 병행하며, 조경이 과학적 탐구와 예술적 감각을 함께 요구하는 학문임을 느꼈다”고 강조했다. 함께한 배경현 학생은 “공간은 빠르게 소비되는 디자인이 아니라, 시간이 흐르며 스스로 자라는 존재라는 사실을 배웠다”고 덧붙였다.

이들은 대회를 준비하는 후배들을 위한 조언도 제시했다. 사계리팀은 “조경뿐 아니라 다양한 분야에서 영감을 얻고 기록하는 습관을 들이면 좋겠다”며 “흥미로운 아이디어는 전문 지식보다 일상 속 순간에서 시작될 때가 많다”고 조언했다. 이들은 영화〈듄(Dune)〉의 한 장면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설계를 발전시켰는데 “조경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분야에서도 큰 인사이트를 얻을 때가 많다. 자신의 시선을 사로잡는 무언가를 발견해 메모해 자연스럽게 작업에 녹여내는 과정이 특별한 관점과 차별화된 디자인으로 이어진다”고 덧붙였다. 자라섬팀의 배경현 학생은 “하나의 문제를 다양한 시각으로 바라보는 다학제적 접근이 필요하다”며 조경을 넘어선 융합적 사고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신인욱 학생은 “완벽을 목표로 하기보다 계속 검증하고 수정해 나가는 과정이 중요하다”며 “혼자보다 함께 고민하고 부딪히는 경험이 더 큰 배움으로 남는다”고 말했다.

조경의 가능성을 미래로 잇다
학생들은 조경의 가능성을 확인하는 동시에, 새로운 책임감을 느꼈다. 공모전 경험을 바탕으로 각 팀은 앞으로의 진로와 목표를 구체화해 나가고 있다. 사계리 팀은 “앞으로는 건축·예술·기술 등 여러 분야와 융합해 자연과 인간이 조화를 이루는 도시 환경을 구축하고, 지속 가능한 미래 도시의 비전을 현실로 만들어 가고 싶다”며 “이번 도전이 학문적 비전과 실무적 진로를 더욱 분명하게 열어준 계기가 됐다”고 포부를 밝혔다.

자라섬 팀은 “조경 설계와 이론을 바탕으로 도시의 구조와 공공 공간을 개선하고, 쇠퇴한 도시를 재생하는 방안을 탐구하고자 한다”며 “데이터 분석과 시뮬레이션을 설계과정에 적극적으로 활용해 생태 보전과 사회적 가치, 경제적 지속 가능성이 조화를 이루는 조경의 가능성을 증명해 나가겠다”고 전했다.


글 정예솔 wg1129@kh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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