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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시민교육, 교실에 안착할 방법을 찾다

등록일 26-10-20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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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산학, 교육





민주시민교육, 교실에 안착할 방법을 찾다

교육발전연구원, 교육부 인문사회연구소지원사업 문제해결형 선정 (2)
6년간 19억 7천만 원 지원… 정책 효과 검증부터 수업‧평가 모델 개발까지
성열관 교수 “한국 민주시민교육 대표하는 ‘데모크라시 랩’으로 성장할 것”


교육부와 한국연구재단은 인문사회 분야의 연구 역량을 강화하고 학제 간 융합연구를 활성화하기 위해 ‘인문사회 분야 학술지원 집단연구군’을 지원한다. 2026년 신규 과제에는 경희가 주관하는 5개 연구과제가 선정됐다. 민주시민교육과 인간 중심 AI, 지역사회 돌봄, 청년 정체성 갈등, K-컬처 등 다양한 사회적 의제를 다룬다. 선정 과제를 시리즈로 소개하며 각 연구가 던지는 질문과 연구의 의미, 향후 계획을 살펴본다. <편집자 주>

2026.10.16

민주시민교육을 특정한 날에 진행하는 행사나 일부 교사의 관심에 맡기지 않고, 교육과정과 수업, 평가, 학교문화에 자연스럽게 녹여낼 방법을 찾는다. 교육발전연구원 우정길 원장과 성열관·양준영 교수를 비롯한 연구팀이 교육부와 한국연구재단의 ‘2026년 인문사회연구소지원사업’ 문제해결형 과제에 선정돼 「민주시민교육의 현장 안착 및 발전 방안 연구」에 착수했다.

이번 문제해결형에는 전국 13개 신청 과제 가운데 3개가 선정됐다. 연구팀은 6년간 총 19억 7천만 원을 지원받아 민주시민교육 정책의 효과를 데이터로 검증하고, 변화하는 사회에 필요한 시민 역량을 탐색한다. 이를 교육과정과 수업, 평가에 적용할 수 있는 구체적인 모델로 만드는 것이 목표다.

우정길 원장은 헌법적 가치를 민주시민교육의 토대로 삼고, 학교와 사회에서 민주주의의 가치를 일상적으로 구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정책에서 교실까지, 민주시민교육의 연결고리를 만들다
민주시민교육의 중요성은 커지고 있다. 교육부의 「2026년 민주시민교육 추진 계획」에 따르면 국민이 우리 사회의 주요 문제로 ‘이념‧지역‧정치적 갈등 심화’를 꼽은 순위는 2020년 19위에서 2025년 4위로 상승했다. 디지털‧미디어 환경이 빠르게 변하면서 허위 정보와 확증편향, 혐오와 배제 등에 대응할 시민 역량도 중요해졌다. 교육부는 헌법 가치와 디지털 미디어 문해력, 기후‧생태 시민성 등을 민주시민교육의 주요 영역으로 다루고 있다.

민주시민교육은 이미 특정 교과에만 한정되지 않는다. 성열관 교수는 “사회‧도덕‧역사 등의 교과뿐 아니라 동아리와 학생 자치, 학생이 직접 참여하는 학교 행사 등에서도 민주주의를 경험할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학교에서 배우고 생활하는 과정 자체가 민주시민을 기르는 교육과 연결돼 있다는 의미다. 최근에는 다문화와 혐오, 미디어 환경 변화에 따른 리터러시의 부재와 같은 새로운 사회문제가 민주시민교육이 다뤄야 할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그 중심에는 헌법적 가치가 있다. 우정길 원장은 헌법은 우리나라 민주주의의 제도와 가치, 규범의 기본 틀이라며 “헌법적 가치가 학생들의 일상과 자연스럽게 연결되고, 삶의 토대가 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라고 설명했다. AI 윤리나 미디어 리터러시 부재 등 개별 현안을 따로 가르치기보다는 헌법적 가치에서 출발해 변화하는 사회의 문제까지 연결하는 것이 이번 연구의 중요한 방향이다.

문제는 이를 실제 학교 교육에 어떻게 안정적으로 적용하느냐다. 성 교수는 ‘현장 안착’을 “민주시민교육이 특별한 기념일의 행사나 일부 교사의 관심에 의존하지 않고 학교의 일상적인 교육활동 속에서 이루어지는 상태”라고 설명했다. 교사가 별도의 업무를 더하지 않더라도 기존 교과의 성취 기준에서 민주시민교육 요소를 찾아 수업과 평가에 연결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연구팀은 교육과정-수업-평가를 아우르는 통합 프레임워크와 실제 교실에서 활용할 수 있는 수업 자료를 개발한다.

사회적으로 논쟁적인 현안을 학교에서 어떻게 다룰지도 중요한 과제다. 교육부는 헌법적 가치 존중, 논쟁적 의견의 균형 있는 제시, 특정 이념의 강압적 주입 금지 등을 민주시민교육의 원칙으로 제시하고 있다. 우 원장은 “공정하고 편향되지 않은 교육의 모습을 고민하면서,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방식으로 민주시민교육을 현장에 안착시키는 것도 큰 과제”라고 말했다. 연구팀은 교사가 정치적 중립성을 지키면서도 학생들이 사회문제를 토론하고 스스로 판단할 수 있는 교육 방안을 함께 모색할 계획이다.

‘무엇을 가르쳤나’를 넘어 ‘어떤 변화가 있었나’
이번 연구의 또 다른 특징은 증거 기반 접근이다. 그동안 추진된 민주시민교육 정책과 프로그램이 학생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를 확인할 수 있는 지표와 측정 도구를 개발한다. 메타분석과 패널 분석, 준실험설계 등 다양한 방법을 활용해 정책의 성과와 한계를 객관적으로 살필 계획이다.

이번 연구에 측정과 통계 분야를 맡은 양준영 교수는 민주시민교육을 특정한 정치적 입장을 가르치는 문제와 구분했다. 양 교수는 “정보를 가지고 바르게 판단하고, 이를 바탕으로 합리적으로 의사 결정하는 과정을 학교에서 다룰 수 있다면 좌우를 넘어서는 가치를 전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교육부도 민주시민교육의 성과를 확인하고 정책에 환류하기 위한 ‘민주시민 역량’ 지표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2026년 지표 개발과 시범 시행, 2027년 학생 표집평가를 거쳐 2028년 이후 단계적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연구팀 역시 정책과 프로그램의 효과를 객관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지표와 조사 도구를 개발하고, 그 결과를 학교 현장과 정책 개선에 활용한다는 구상이다.

성 교수는 학생마다 디지털 미디어와 정보를 받아들이는 방식이 다르다는 점에도 주목했다. 향후 학생들의 특성을 유형별로 분석하고, 기존에 축적된 국내외 조사 자료와 새롭게 수집하는 데이터를 함께 활용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아직 충분히 밝혀지지 않은 민주시민교육의 효과와 학생들의 변화를 구체적으로 확인하고자 한다.

양준영 교수는 정보를 바르게 판단하고 이를 토대로 합리적으로 의사결정하는 역량이 민주시민교육의 중요한 목표라고 설명했다.

교사 양성부터 정책까지… ‘K-민주시민교육’ 모델 모색
연구는 두 단계로 진행된다. 1단계에서는 기존 정책의 성과를 진단하고 민주시민 역량 지표와 새로운 교육 내용을 탐색한다. 이를 토대로 국가‧학교 교육과정 개선 방안과 민주시민교육 단원 설계안을 마련한다. 2단계에서는 현직 교사 연수와 교원양성기관의 교육과정 개선을 추진한다. 개발한 프레임워크를 실제 학교와 교실에 적용해 효과와 지속가능성도 검증한다.

장기적으로는 한국 민주시민교육의 경험을 학술적으로 정리해 국제사회와 공유할 수 있는 ‘K-민주시민교육’ 모델을 모색한다. 해외의 선진 사례를 그대로 따라가는 모델을 만들겠다는 의미는 아니다. 한국이 지금까지 축적한 민주주의와 시민교육의 특징을 스스로 분석하고, 보완해야 할 지점을 찾아 국제사회와 경험을 나누겠다는 구상이다.

성 교수는 해외 모델을 배우는 데 머무르기보다 한국이 지금까지 발전시켜 온 민주주의와 시민교육의 특징을 학술적으로 정리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우 원장은 향후 K-민주시민교육의 중요한 방향으로 ‘연대’를 꼽았다. 국내 연구자와 현장 교사, 시민사회뿐 아니라 해외 교육자와 연구 네트워크가 각자의 경험과 한계를 공유하며 민주주의가 직면한 공통의 문제를 함께 풀어나가야 한다는 의미다.

연구 결과는 정책 보고서와 리서치 브리프(research brief), 교수‧학습안, 현직 교사 연수 프로그램, 교원양성대학 교육과정 개선안 등으로 구체화한다. 교육부와 시도교육청의 정책 수립부터 학교 수업, 교사 연수, 예비 교사 교육까지 폭넓게 활용할 계획이다.

데이터를 쌓고 현장을 잇는 ‘데모크라시 랩’
이번 사업을 계기로 교육발전연구원은 연구 기반도 확대한다. 전임 연구 인력을 안정적으로 확보하고 6년간 데이터를 지속적으로 축적한다. 전국에서 민주시민교육을 실천하는 교사와 관계 기관을 잇는 네트워크도 구축할 계획이다. 사회‧도덕‧역사뿐 아니라 국어와 예술 등 다양한 교과의 교사들과 연결해 연구 결과가 실제 학교에서 활용되도록 하겠다는 구상이다.

축적한 데이터를 연구자들만 공유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기존 국내외 조사 자료와 새롭게 수집한 데이터를 분석해 짧은 리서치 브리프로 정리하고, 교사와 정책 담당자, 언론과 시민에게 지속해서 알릴 계획이다. 성 교수는 “아무리 연구해도 국민과 교사가 모르면 소용이 없다”라며 민주주의와 민주시민교육에 관한 증거 기반의 실증 데이터를 꾸준히 생산하고 사회와 공유하는 연구 거점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성 교수는 “이번 선정을 계기로 교육발전연구원과 산하 민주시민교육센터가 우리나라 민주시민교육을 대표하는 연구 거점으로 성장하길 기대한다”라며 “MIT에 ‘미디어 랩(Media Lab)’이 있다면 경희에는 ‘데모크라시 랩(Democracy Lab)’이 있다는 것을 알리고 싶다”라고 말했다. 이어 “교육부와 시도교육청, 학교와 교사, 국내외 연구 기관이 함께하는 협력 네트워크를 구축해 K-민주시민교육의 개념을 정립해 나가겠다”라고 밝혔다.

우 원장은 민주시민교육을 ‘우리에게 공기와 같은 존재’라고 표현했다. ‘민주’와 ‘시민’, ‘교육’을 특정한 개별 교육 주제로 보기보다 우리의 일상과 공동체를 이루는 근본적인 문제로 바라봐야 한다는 의미다. 그는 “민주시민교육이 구체적으로 어떤 모습으로 구현돼야 할지 대학과 사회 구성원들이 함께 논의하고 꿈꿀 수 있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성열관 교수는 증거 기반의 데이터를 축적하고 학교 현장과 연결해 교육발전연구원을 민주시민교육의 ‘데모크라시 랩’으로 발전시키겠다는 구상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