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학초 추출물, 코로나19 감염 억제 효과 확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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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세찬 한방재료공학과 교수, 코로나19 감염 단백질 억제 규명
C형간염 치료제로 개발한 원료의약품 APRG64, 특허 출원
“코로나19 치료제 개발 위한 뚜렷한 작용점 확인”
짚신나물, 용아초라고도 부르는 선학초 및 붉나무의 벌레집인 한약재 오배자가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이하 코로나19)를 억제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강세찬 한방재료공학과 교수(바이오메디컬연구센터장) 연구팀이 C형간염 치료제의 원료의약품으로 개발한 ‘APRG64’가 코로나19의 원인 중 하나인 ‘SARS-CoV’를 효과적으로 억제한다는 것을 밝혀내고 특허도 출원했다.
강 교수 연구팀은 2015년부터 산업통상자원부가 지원하는 중국과의 국제공동연구사업을 통해 APRG64를 개발해 특허를 출원하고, SCI 논문을 게재한 바 있다.
APRG64는 AP로 지칭되는 선학초(Agrimonia pilosa Ledeb.)와 RG가 의미하는 오배자(Rhois Galla) 추출물로 만들었다.
이 중 선학초는 현재 식품의약품안전처에 식품 원료로 등재돼 있으며, 안전성이 확보된 식품 및 의약 원료로 평가받고 있다.
APRG64가 코로나19 바이러스를 억제할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한 강 교수 연구팀은 이상명 전북대 교수, 서영진 중앙대 교수, 제넨셀, 다윈그룹 등과 실험에 착수했고, 감염 단백질을 우수하게 억제함을 규명했다.
강세찬 교수를 만나 자세한 얘기를 들었다.
천연물 신약으로 개발하며, 글로벌 신약으로도 개발할 계획
Q. 연구 배경이 궁금하다.
코로나19가 중국에서 확산할 때 연구년을 맞아 독일에 있었다.
그래서 국내 현황을 정확하게는 모르고 있었는데, 국내 확진자 수가 점점 증가하더라.
코로나19가 워낙 전파력이 강해 빠르게 종식되긴 어려워 보여, 치료제로서 APRG64의 가능성을 확인해보고 싶었다.
C형간염 바이러스도 유전정보가 리보핵산(RNA)으로 이뤄진 바이러스라서 충분히 가능성이 있어 보였다.
우리 대학엔 바이러스 시설이 없어 이상명 전북대 교수님께 연락했다.
반복해서 실험해야 하는지라 확인하는 데 시간이 좀 걸렸다.
결과가 잘 나와 특허도 출원하게 됐다.
Q. 연구 내용을 자세하게 설명해 달라.
용하초, 짚신나물, 선학초 등으로 부르는 자생식물이 있다.
유럽에서는 차로 많이 마셨고, 우리나라에서는 새순을 나물로 무쳐 먹기도 했다.
식품으로서 간 기능 연구를 해왔다.
오래전 히스패닉 14명을 대상으로 임상을 진행했는데, 혈중에서 C형간염 바이러스 입자가 사라져 의약품으로서의 가능성을 보고 연구를 시작했다.
그 사이 C형간염 치료제가 나오며 개발 가치가 있을까 고민하기도 했지만, 중국에서 임상을 진행하기로 해 중국과의 공동연구를 시작했고, 그 결과 선학초와 오배자를 적절한 비율로 배합해 원료의약품 APRG64를 개발했다.
임상을 위한 안전성 평가도 마쳤다.
코로나19도 RNA 바이러스여서 APRG64를 적용해봤다. 처
음 실험할 때 코로나19 억제제로 거론된 바 있는 렘데시비르 및 말라리아 치료제인 클로로퀸과 결과가 유사하게 나와 가능성은 있겠다고 생각해, 작용기전을 밝히기 위한 후속 실험을 진행했다.
코로나19와 APRG64를 배양할 때, 다시 말해 세포에 밀착시키고(infection), 1시간 후 바이러스와 약물을 씻어냈다.
만일 숙주 세포 안으로 감염 됐다면 씻은 상태에서 다시 배양했을 때 바이러스가 자랄 것 아닌가.
그런데 실험 결과 바이러스가 자라지 않았다.
알고 보니 바이러스가 인체 세포에 감염될 때, 세포 안으로 바이러스를 잡아 들어가는 역할을 하는 단백질(spiking protein)의 발현을 억제해버린 것이다.
또한 복제를 억제하는 효과도 있다. 굉장히 뚜렷한 작용점을 갖는다.
Q. 이후 진행 상황은 어떠한가?
인플루엔자 바이러스 감염 치료제인 타미플루가 바이러스를 억제하는 기전이 APRG64와 유사하다.
타미플루는 ‘팔각회향’이라는 한약재에서 유래한 물질이고, 우리가 연구하는 APRG64도 한약재에서 나왔다.
천연물 의약품 연구가 완료돼 바로 임상 신청이 가능하다.
지금 상황이 워낙 시급하다. 우선은 천연물로서도 치료 효과가 뛰어나니 천연물 신약으로 빨리 개발하려고 한다.
천연물 신약은 임상 1상 비용이 많이 들지 않아서 국가 과제를 따내서 빠르게 진행하고, 후속으로 2상을 진행하며 유효성분을 갖고 동시에 유도체를 합성하면서 글로벌 신약으로도 갈 계획이다.
궁극적으로는 타미플루 같은 게 나와야 한다.
그래야 코로나19가 종식될 것이다.
천연물 신약 개발, 표준화, 규격화 어려워
Q. 연구하면서 어려운 점이 있다면?
식물 추출물을 이용한 의약품을 개발하고 있는데, 작년과 올해 재배된 식물 원료가 다를 수밖에 없지 않나.
그 규격을 만든다는 게 어렵다.
기후도 변하고, 농민이 약속대로 재배한다고 하더라도 추출했을 때 일정한 성분이 유지되기도 어려운 일이다.
표준화, 규격화가 굉장히 어렵다.
순수물질을 분리하다 보면 효력이 점점 떨어진다.
또한 천연물의 모든 성분을 다 규명할 수도 없다.
따라서 얼마를 먹었을 때 효능이 있고, 얼마를 먹었을 때 안전한지를 검증해야 한다.
이를 세이프티 마진(safety margin)이라 하는데, 세이프티 마진이 높아야 개발가능성이 있다.
천연물이기 때문에 안전한 게 아니라 똑같이 부작용은 있고, 얼마나 표준화, 규격화를 잘 해내느냐, 이것이 가장 어려운 점이다.
Q. 연구해나가는 원동력이 있다면?
연구하면서 새로운 것을 밝혀내는 일이 재밌다.
물론 힘들기도 하다.
연구비도 수주해야 하고, 교육과 연구를 함께 해야 하기에 힘들긴 하지만 재밌다.
식물 하나에도 성분이 수만 개인데, 실험을 통해 이번 연구처럼 코로나19 바이러스 억제 성분과 작용점을 밝혀내면 마치 바다에서 물고기를 잡은 기분이 든다.
배멀미하며 힘들게 바다까지 왔는데 물고기를 낚으면 그 순간 힘든 게 다 잊히지 않나.
그 손맛, 그 기쁨과 비슷한 것 같다.
Q. 바이오메디컬연구센터장을 맡고 있다. 바이오메이컬연구센터는 어떤 곳인가?
바이오메디컬연구센터는 중개연구를 목적으로 세워졌다.
중개연구는 기초과학의 연구 결과를 임상과학에서 실제 사용될 수 있는 단계까지 연계해 주는 연구라고 할 수 있다.
일련의 절차와 과정이 필요한데 한 연구팀이 모든 걸 다 하기는 힘들어서 임상, 제품화, 기술이전 등 필요한 요소에 대해 중개연구를 수행한다.
잠재기술이 있다면 직접 실험해드리기도 하고 연결해 드리기도 한다.
교수님들 참여도 높여서 다양한 소재 발굴이나 기술을 갖고 산업화까지의 연구단계가 상호 보완될 수 있도록 해 산업화 성공 지원을 목적으로 바이오메디컬연구센터를 설립했다.
Q. 향후 계획이 궁금하다.
천연물 신약에 집중해왔고, 다양한 타깃 질환을 연구해왔다.
천연물 안에 다양한 성분이 있어서 암, 희귀 난치 질환, 원인이 애매한 질환, 만성질환 등에 천연물 신약이 유리하다고 본다.
천연물에서 물질 단위를 찾아 들어간다는 것 자체가 굉장히 어렵다.
소분획(小分劃, subfraction) 단계, 즉 성분이 무엇인지 밝힐 수 있고, 표준과 규격화가 이루어질 수 있는 상태에서 실험하면 효력이 높아진다.
중요한 건 생산이다.
분획 신약으로 가려면 방폭 시설이 있어야 하는데, 모든 시설을 갖추고 있는 규모 있는 설비가 우리나라에는 드물다.
그래도 계속 연구해 나가고 있다.
명확한 작용점을 밝혀내는 것도 중요해 이런 방향으로도 연구를 계속 진행해왔고, 앞으로 연구할 계획이다.
글 박은지 sloweunz@khu.ac.kr
사진 정병성 pr@kh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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