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는게 어렵고 힘든 학생에게 조건없이 장학금 가길” 회기동 할머니 장학금 수여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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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출한 옷차림의 한 90대 할머니가 짐이 한가득 담긴 배낭을 메고 지난 5월 본관 건물로 들어섰다. 지팡이를 대신해 우산을 땅에 짚던 할머니는 복도에 나온 대외협력처 직원에게 “기부하러 왔다, 총장님을 만나러 왔다”고 말했다. 곧이어 배낭에서 꺼낸 신문지 더미 속에는 천만 원씩 세 묶음, 100만 원 스무 묶음, 총 5천만 원의 현금이 들어있었다. '회기동 할머니 장학금'은 이렇게 마련됐다. 당시에도 “동대문구 회기동에 산다”는 말만 남기고 떠난 할머니는 20일 중앙도서관 1층 컨퍼런스룸에서 열린 장학금 수여식에도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기부자는 평생 파마 한 번 해본 적 없을 정도로 절약 정신이 몸에 밴 삶을 살아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수여식 사회를 맡은 조병렬 대외협력처 차장은 “할머니는 본인의 이름도 알리지 말고 사진도 찍지 말라고 하셨다”며 “이분을 모셔야 하지만 귀가 굉장히 어두우시기에 전화를 드렸지만 전화를 받지 못 하셨다”고 설명했다.
수여식은 회기동 할머니 장학을 소개하는 영상으로 시작했다. 영상에는 기부자가 학교를 찾아와 기부금을 전달하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영상에는 기부자의 얼굴이 나온 기부 당시의 사진 장면도 있었다. 영상이 끝나자 조 차장은 “할머니께서는 얼굴과 이름이 알려지는 것을 원하지 않으셨지만, 이 자리에 참석한 장학생들만큼은 할머니의 얼굴을 기억했으면 한다”며 영상을 제작한 취지를 밝혔다.
김도균 대외협력처장은 기부자가 보내온 편지를 대신해서 읽었다. 기부자는 “저는 여러분께 제 이름을 밝히지 않으려고 합니다”라며 말문을 열었다. “이어 여러분이 가진 가능성과 미래가 누군가의 작은 도움으로 더 크게 펼쳐지기를 바라는 마음”이라며 “장학금은 단순한 돈의 지원이 아니라 여러분이 가진 무한한 잠재력에 대한 믿음의 표시”라고 말했다.
장학금을 받은 최보라(조리앤푸드디자인한 2024) 씨는 “가정 형편으로 다니던 학교를 자퇴하고 직장을 다니다 우리학교에 들어오게 됐는데 일과 학업을 병행하며 힘겹게 버티고 있었기에 도움을 주신 할머니께 너무 감사하다”며 편지로 마음을 전했다. 유동균(정치외교학과 2021) 씨는 “할머니께서 하신 말씀 중에 자신을 믿으라는 부분이 가슴에 와닿았다”며 “최근 시험을 준비하며 스스로에 대한 확신이 없어졌는데 누군가 나를 묵묵히 응원해 주는 존재가 있다는 것이 감사하다”고 말했다.
▲ '회기동 할머니 장학금'은 총 50명의 학생들에게 100만 원씩 수여됐다.
김 처장은 “할머니는 사는 게 어렵고 힘든 학생에게 아무런 조건 없이 장학금이 가기를 바라셨다”며 “할머니의 연세가 많으시고 방학도 다가오고 있기에 할머니의 뜻을 빠르게 진행하는 게 맞다고 생각했다”고 장학생 선발을 서두른 이유를 설명했다. 정이나 팀장도 “할머니께서 신문이나 언론을 통해 소식을 접하실 수 있게 연도별로 2, 3명의 장학생을 선발하는 것이 아닌 한 번에 50명에서 100만 원의 장학금을 지급하여 할머니의 뜻을 빨리 이뤄드리고자 했다”고 말했다.
회기동 할머니 장학은 250명이 넘는 지원자 중 선발을 거쳐 최종 50명을 선발했다. 선발된 학생들은 장학금이 단순한 돈이 아닌 꿈에 나아갈 수 있는 마중물이라며 의미 있는 곳에 쓰겠다며 다짐했다.
글 - 리서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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